[현장+]관세 내리면 밀가루값 내려간다고?

머니투데이 홍기삼 기자 | 2008.07.10 16:31

수입 밀가루 비중이 국내 시장 5%에 불과해 밀가루 가격안정에 영향 못 줘

"관세 내리면 밀가루값 내려간다고?"

지난 9일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관세인하 등의 방법을 통해 실질적으로 ‘밀가루 가격 안정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제분업계가 ‘정책 당국자들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볼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부는 라면, 빵, 과자 등 각종 식품과 자장면, 칼국수 등의 주재료로 가격상승에 따른 파급 영향이 상당한 밀가루 관세율(현행 4.2%)을 대폭 인하해 밀가루 수입이 확대되는 효과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밀가루를 직접 수입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같은 방법을 통해 국내 밀가루 제조사들의 밀가루 가격상승을 간접적으로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동아제분, 삼양사 등 국내 밀가루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분업체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년 새 70% 가까이 뛴 밀가루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은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국제원맥의 시세가 급등했기 때문인데, 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밀가루 전체 시장에서 수입 밀가루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5%에 불과해 수입 밀가루의 관세인하를 통해 국내 밀가루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수입 밀가루의 품질이 국내산에 비해 좋지 않아 일반 식당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제과, 라면업체들이 국내산 밀가루를 선호한 탓이다. 이 때문에 관세인하와 밀가루 수입 확대방침으로 국내산 밀가루의 가격 안정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대표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밀가루를 직접 수입해 저렴하게 밀가루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분업계는 부정적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동원해 수익성도 보장되지 않는 밀가루 수입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얘기이다.

제분업계 관계자들은 또 외부 요인에 의해 밀가루 가격을 인상해왔는데 마치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려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것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분업계의 한 임원은 "원맥을 수입해 밀가루를 제조하는 우리 업계의 특성상 최근 환율급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밀가루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듯한 조치는 실효성은 둘째 치고 정책 신뢰성마저 훼손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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