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기술'

백경숙 리브로MD | 2008.07.23 12:21

[머니위크 book]설득의 심리학 2

유난히 남의 마음을 잘 구워삶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습자지'처럼 얇은 귀를 가져서 남의 말에 홀랑 넘어가버리는 사람이 있다. 한사람이 웃으면 한사람은 울게 되는 이 제로섬 게임의 특징은 언제나 웃는 사람과 우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결과가 보이는 승부에서 한번쯤 흔쾌하게 다른 사람의 승낙을 얻어내고 싶다고 한번쯤은 쭈뼛거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비상한 지략을 가진 사람만이 자유롭게 다루는 특별한 무기 같은 '설득의 기술'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관계의 전 영역에서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설득의 기술에 과학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열정만을 낭비하기 일쑤였다. 즉 효과적인 방법을 몰라 고비용 저효율의 설득의 기술을 고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설득'이란 무엇일까? 설득의 현장에서 마케터나 영업자들까지 고군분투하게 만드는 설득의 과학적인 전략을 <설득의 심리학2>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설득의 심리학2>는 그동안 마케팅 현장에서 드러내놓고 강조하기는 애매했던 마케팅 전략을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해주는 신뢰할 만한 책이다. 대중적인 심리학이나 흔해빠진 '개인적인 경험'이 아닌 과학적으로 탄탄한 근거를 가진 설득의 전략들을 소개한다.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의 전작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설득이론의 개념화를 목적으로 두었다면 <설득의 심리학2>는 그러한 설득심리학에 입각해 다양한 사례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입증한 설득의 실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P&G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 중에서도 옵션이 소비자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 회사는 자사의 인기 제품인 헤드 앤 숄더 샴푸 가짓수를 26개에서 15개로 줄이자 눈 깜짝할 새에 매출이 10%나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옵션의 수를 줄이는 일이 상식과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옵션을 줄이는 것이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관심을 최대한 끌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고 강조한다.


또 이 연구의 교훈은 가정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거나 저녁에 뭘 먹고 싶은지 정하라고 할 때 선택 안이 너무 많으면 부담만 주게 되고 의욕만 꺾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연구결과는 다양성이 지나치면 너무 많이 들어간 조미료처럼 음식 맛을 망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외에도 호의가 호의를 불러온다는 '상호성의 법칙', 하나로 통하는 기대치를 만들라는 '일관성의 법칙', 끌리는 사람을 따르는 '호감의 법칙', 부족하면 더 간절해지는 '희귀성의 법칙' 등 저자의 전작 <설득의 심리학>에서 보여주었던 6가지 기법을 50가지로 세분화시켜 보다 자세한 '설득의 과학'을 제시하였다.

특히 이 책의 이야기는 회사 생활뿐 아니라 부모, 이웃,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동료들에게 부탁할 일이 있을 때 그냥 말로 하거나 보고서 표지에 볼펜으로 직접 썼을 때보다 요청을 적은 접착식 메모지에 표지를 붙여 건네주었을 때 더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렇듯 이 책은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비밀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설득의 심리학2>는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그것이 원하는 결과를 낳게 하는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윤미나 옮김/ 21세기북스 펴냄/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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