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증권가의 콩글리쉬 '베스트 애널리스트'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08.07.09 16:47
"굿(Good) 애널리스트(Analyst)가 되려면 실적을 잘 맞춰야 한다. 베터(Better)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목표가를 잘 맞춰야 한다. 그럼 베스트(Best)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한때 국내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분이 당시 선배로부터 받은 질문이라고 합니다.

최고의 기업분석가가 되기를 꿈꾸며 입문한 신입 애널리스트로는 "실적과 목표가를 다 잘 맞춰야한다"고 답하겠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일 뿐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의 생리와는 맞지 않는 '죽은 정답'인 것이죠.

증권가, 특히 애널리스트의 세계에서는 굿, 베터, 베스트가 다른 의미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실적과 목표가를 잘 맞추기보다는 기관을 상대로 마케팅을 잘 해야 합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애널리스트의 역할 비중은 기업 분석 20%, 문서(보고서) 작성 30%, 마케팅 50%라고 합니다. 가장 큰 임무인 마케팅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여야 '최고(best of best)'가 되는 것이죠.

9일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전일 대비 6%이상 떨어져 3만4350원을 기록했습니다. 증권사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6만7650원, 최저치는 4만8000원입니다. 실제 주가와 컨센서스 사이에 괴리율이 지나치게 큽니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실적 전망치와 투자의견을 내놓은 증권사의 경우 5월과 6월에 내놓은 보고서가 '현재 주가' 부분만 빼고 똑같았습니다. 업데이트도 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 들어맞은 것일까요.

실적 시즌에 임박해 해당 기업으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로 실적 추정치를 살짝 바꿔놓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적중한다 해도 당연히 '굿' 애널리스트로 인정할 순 없겠죠. 근거 없이 단순히 시장변화를 추종해 목표가를 수시로 바꾸는 애널리스트를 베터 애널리스트라고 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기업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작업입니다. 숱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 경영진의 전략, 국내외 경쟁관계, 증시 및 해당 업종의 변화 추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는 과녁에 '명중'시켜야 할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을 안내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는 것이죠.

여의도 증권가의 복잡한 생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보다는 '굿', '베터' 애널리스트가 더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지금처럼 어둡고 험한 길을 걸어가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믿음직한 '안내자', '가이드'의 존재는 더욱 간절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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