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하자 은행 딜링룸은 '전쟁터'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임동욱 기자, 오상연 기자 | 2008.07.09 16:00

창구선 "더 떨어질까" 송금 미루고, 키코 "손실 만회 기대감"

당국의 ‘끝장 개입’으로 환율이 한 때 세 자릿수까지 급락한 9일 은행 창구는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자녀의 유학자금을 송금하려던 고객들은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송금을 미루고 있고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는 희비가 엇갈렸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 고환율로 손실을 본 기업들도 환율하락으로 손실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전쟁터가 된 은행= 이날 낮 환율이 달러당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은행에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외환은행 딜링룸은 아예 통화가 불가능할 정도.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은행의 한 딜러는 "1년에 이런 경우가 1~2번 정도 있었던 거 같다"며 "오늘은 딜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문이 많아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고 토로했다.

창구도 하루 종일 고객들의 문의전화 등으로 북적거렸다. 신한은행 글로벌센터 직원들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로 점심도 오후 3시를 넘겨서야 할 수 있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기다리는 고객이 많아 송금이나 환전을 제때 하지 못하고 1~2시간을 기다린 손님들은 10원씩 움직이는 환율로 손실이 엇갈렸다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무교지점 해외 이주 유학전문센터에도 평소보다 2배나 많은 60~70통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이윤희 실장은 “그동안 세 자릿수 환율을 기다리며 유학자금 송금을 미뤄 온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직접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보면서 더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거래 시점을)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환율 예측이 힘들어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환율 예측이 전혀 안되니까 고객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사업하는 고객들 역시 불안한 환율 때문에 여러 가지 투자 방법을 알아보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실 만회?' 기대감 커지는 키코 가입자들=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옵션 평가가 그날그날의 환율을 반영해 바뀌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키코 가입업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키코 가입 업체들에게는 일단 유리하다”며 “계약 조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 조건에 따라서 손해 봤던 부분을 만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견 조선업체의 한 임원은 “키코 때문에 70억 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며 “환율이 떨어져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정도 하락으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세 자릿수를 한 번 찍었다고 넉 아웃이 걸리는 상황은 아니다”며 “기존 키코 계약들이 이미 (고환율로)손실이 나 있는 상태고 오늘 정도의 환율 하락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은행도 손해가 예상되면 콜옵션을 행사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수출입 업체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갈피를 못 잡는 업체들은 은행으로 계속 다이얼을 돌려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평소보다 수출입업체들의 환율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1000원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많이 당황해 하는 것 같고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때문에 많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시장적' 곱지 않은 시선=외환당국의 '융단 폭격식' 환율 끌어 내리기에 대해 은행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철저한 시장주의를 천명한 이명박 정부가 오히려 '반 시장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면 환투기 세력에게 돈을 벌어주는 꼴이 되기 쉽다"며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니 환율이 움직이기는 하는데, 시장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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