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기온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온이 높으면 자는동안 체내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해 신경을 흥분시켜 몸을 각성상태로 만든다. 수면을 취하기 가장 좋은 온도인 18~20도를 벗어나면 몸은 기온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각성상태가 된다. 꿈까지 꾸며 깊은 수면을 취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최경숙 을지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밤잠을 설치고 늦잠을 자면 생체리듬이 깨져 다음날도 쉽게 잠들기 힘들다"며 "불면이 계속되면 피로감과 짜증은 물론 무기력, 집중력장애, 두통, 식욕부진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대야에 시달린 다음날 아침은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하다. 온몸이 무겁고 두통, 소화불량 등이 동반된다. 이른바 '열대야 증후군'이다. '열대야'란 밤이 되어도 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아 고온이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최 교수는 "열대야증후군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요인들을 멀리해야 한다"며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초콜릿, 콜라, 담배 등은 각성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하는 만큼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면 중추신경이 흥분할 뿐 아니라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됐다가 확장되는 생리적인 반작용이 생겨 오히려 체온이 올라갈 수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공포영화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 등을 하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다. 억지로 잠을 자려하기보다 누운지 15분 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를 벗어나 몸을 식힌 후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늦은 시간 격한 운동을 하는 것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고온에서 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시간당 1~2 리터의 수분을 땀으로 배출하게되고, 이 체액이 보충되지 못하면 탈수증에 빠지게 된다. 이는 심장에서 방출하는 혈액의 양을 줄여 피부 혈류를 감소시키고, 다시 땀의 배출을 줄이는 악순환으로 연결돼 체온을 상승시키게 된다.
늦은 밤에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를 시키느라 몸에서 열이 더 난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최 교수는 "술을 한잔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술은 잠을 잘 들게 해주기는 하지만 오히려 수면 중간에 자주 깨게 만들어 숙면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잠드는 곳은 가능한 한 어둡게 하고, 에어컨을 이용해 실내 온도는 물론 습도도 낮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규칙적인 생활은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무더운 여름에도 생체리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적당한 운동과 고른 영양섭취, 절제된 생활은 불면의 악순환에서 탈출,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다.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면 불면의 악순환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흰쌀밥보다는 국수나 잡곡, 비타민이 많은 야채나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신선한 우유나 두부처럼 콩으로 만든 음식도 더위를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 단 모든 식사는 잠들기 3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땀을 씻어내 피부가 뽀송뽀송해지고 체온도 내려가 잠을 잘 자는데 효과적이다.
초저녁의 적당한 운동은 당장은 체온을 올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온을 내려 잠들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준다. 속보로 평지에서 걷는 것이나 자전거 타기 등이 도움이 된다. 하루 30분 정도, 1주일에 3회 이상하면 불면증은 물론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요가나 훌라후프 등의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된다.
◆TIP. 숙면을 위한 10계명
1.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해라.
2. 낮잠은 30분 이상 자지 마라.
3. 억지로는 잠을 자지 마라.
4. 자극적인 음악감상, TV시청, 독서는 피해라.
5. 숙면을 취하기 좋은 온도인 20도를 유지해라.
6. 심한 운동은 피해라.
7. 샤워는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해라.
8. 잠자기 직전 음식물 섭취는 금해라.
9. 카페인이 든 커피, 초콜릿, 담배를 자제해라.
10. 여유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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