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현대차에 "i30 소형엔진 공급해달라"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8.07.09 10:57

이현순 현대차사장 공개… "8월 현대·기아차 차값 올릴 것" 확인

메르세데스-벤츠가 현대자동차의 유럽 전략차종인 'i30' 엔진 공급을 현대차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형차 엔진에서 현대차와 협력을 줄기차게 희망해왔던 벤츠는 소형차 '스마트'의 후속모델에 i30에 탑재되는 감마 1.6 VVT 엔진을 탐내고 있다.

이현순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사장은 9일 아침 전경련에서 열린 '제1회 상생협력 포럼'에 참석,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상생경영'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벤츠는 소형차 엔진 개발 노하우가 매우 부족한 상황으로 현재 시판 중인 소형차 '스마트'의 엔진을 미쓰비시에서 공급받고 있다"며 "그러나 이 엔진의 연비가 좋지 않아 현대차에 엔진을 공급해줄 것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츠의 희망사항은 지난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이 "한국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 사장은 다만 "만약 현대차가 엔진을 공급해줄 경우 유럽시장에서 벤츠 브랜드의 소형차와 i30가 경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이 벌어져 벤츠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약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벤츠로의 엔진 공급에 소극적인 이유는 벤츠가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를 추구해 온 만큼 차량 판매 대수가 적어 현대차에 실익이 거의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와 다임러그룹은 2000년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전주에 대규모 상용차 엔진공장을 지었다가 완공식 직전인 2004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합작이 무산된 적이 있다. 이후에도 벤츠는 완성 엔진을 요구했지만 자체 공급이 달리던 현대차는 벤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 사장은 "벤츠나 BMW는 후륜구동 자동차만 만들다보니 효율성이 높은 소형 전륜차 엔진 부문에 노하우가 매우 약한 편이어서 소형차 엔진이 강한 현대차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벤츠나 BMW는 엔진 개발에 많은 비용을 쏟아 부어 현대차가 엔진 개발에 500억원을 들일 때 이들은 2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오는 8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거라고 못 박았다. 그는 "원자재값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이미 GM과 토요타가 미국에서 각각 3.5%, 2.5%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차의 가격 인상 가능성은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공개석상에서 최고위 경영자가 기정사실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정확한 인상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GM과 토요타의 사례를 참고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오는 2012년에는 현대차 브랜드의 수소차를 리스형태로 구매할 가능성도 언급했다.그는 "2000년부터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지원 받아 수소차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34대의 수소차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며 "가격 문제가 가장 클 수밖에 없어 2012년쯤에는 리스 형태로 수소차를 시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GM 포드 벤츠 등과 함께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소차에 관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동차가 첨단장비의 집합체 성격을 띠면서 자동차용 비메모리반도체 개발에도 현대차가 직접 간여하고 있다는 것도 공개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반도체업체인 프리스케일과 인피니온이 현대차와 자동차용 비메모리반도체 개발을 공동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1대에 60여개의 컴퓨터와 600여개의 비메모리반도체가 들어가는 데 모든 반도체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 개발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왔다.

이 사장은 "협력사와 상생경영을 하는 방식이 예전에는 구매에서 주로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상호 협력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4. 4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5. 5 밤중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700만원 달라"... "억울하다"는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