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떨어지는 칼이 꽂힐 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7.08 17:14

수급·심리·지수 완벽히 무너져…美증시 결자해지

코스피지수가 결국 연저점을 새로 기록했다. 장중 1509선까지 추락하면서 1500선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동반 급락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패닉 셀링이 촉발됐다. 수급과 심리 그 어느 하나도 기대할 것 없는 지경에 처했다.

이날 장중 낙폭(-4.46%)은 지난해 8월16일(-7.49%)과 올 1월22일(-6.25%) 이후 최대다. 이날 코스피 급락세가 얼마나 가공할만한 것이었는지 수치만으로도 입증되고 남는다.

이처럼 단기 낙폭이 과도했으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나올만도 하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전혀 그러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우선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행진이 멈추기 전에는 어떠한 기대도 어렵다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외국인은 이날도 2498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22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펼쳤다. 연중 최장기간이며 지난 2005년 9∼10월의 사상 최장기간(24일) 연속 순매도에 필적하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6조2866억원에 달한다.

투신권이 지난달 11일 이후 사흘을 제외하고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순매도 기조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 공백 상황이라는 진단이 무색하지 않다.

프로그램이 12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그나마 증시를 받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라는 진단이 많다.
7조7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수차익잔고는 늦어도 9월 쿼드러플위칭데이까지는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을 부인할 수 없다.

대기 매물이 산적한 상태라는 인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지수나 종목이 과매도권에 돌입했어도 V자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지 못한다.

지기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는 10일 옵션만기일 뿐만 아니라 9월11일 쿼드러플위칭데이까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급락한 주가가 급반등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수급만의 문제라면 그나마 돌파구가 있겠지만 심리가 무너진 점도 크나큰 약점이다.
지난 3월의 경우에는 베어스턴스의 처리로 신용경색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에 경기둔화까지 결부되는 복합적인 난국이라는 점이 증시 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신용위기, 인플레 문제가 계속 꼬여가면서 누적적인 악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제는 해외악재 뿐만 아니라 국내 문제도 가세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장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국민은행 주가가 2001년 11월9일 이후 최대인 8.64%나 폭락할 정도로 은행업종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담보대출, 미분양 등 부동산과 관련된 국내 악재까지 산적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얘기다.

증시가 반등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대해 증권사 애널들은 몇가지를 꼽고 있다.
1500선까지 추락한 현재 수준이 누가 봐도 과매도 국면임에는 틀림없는 상태임에도 선뜻 매수에 가담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제거된다면 주가 상승세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국내적으로는 금통위에서 금리동결 조치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면서 긴축 우려감을 해소시켜야 하며 연기금 등 프로그램 이외의 매수세가 부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2.7% 하락했던 국제유가(WTI)가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고 미증시가 본격적인 반등 국면으로 돌입해야 한다는 외부조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애널들이 공통된 입장을 피력했다.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2분기 기업실적이 증시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개별 실적에 따른 종목별 대응 같은 잔파도타기 국면이 이어질 경우 주가 추가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정의석 부장은 "1500선에서의 추가적인 가격조정은 무의미한 것이며 V자 반등없이 기간조정이 길어지는 게 가장 답답한 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주식순매수 전환과 미증시 급등은 내부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고 당장 기대할만한 일도 아니기 때문에 추락하는 증시에 대한 묘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상밖의 장세가 전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상치도 못한 호재가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까지는 버리지 않고 있다.

김성주 팀장은 "떨어지는 칼날도 언젠가는 바닥에 꽂히기 마련"이라면서 "밸류에이션 등 주식 매수에 나서고 싶은 심증을 뒷받침할만한 물증만 확보된다면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에 이어 또 한번 배신한 미국 증시가 이날 어떤 모습을 보일 지에 따라 코스피 1500선의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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