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대출자, 강남 집 내놓는다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정진우 기자 | 2008.07.09 07:12

주택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 눈덩이

"아직 안 팔렸어요? 어휴 빨리 팔아야 되는데…."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김모씨(54세)는 요즘 일주일에 서너 차례 인근 중개업소를 찾는다. 대출 이자와 물가는 치솟는 반면 아파트값은 떨어져 집을 팔고 싶은 마음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6년 2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현재의 청솔아파트(60㎡)에 들어 왔다. 당시만 해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김씨의 바람과는 달리 집값은 떨어지고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아예 집을 팔기로 결심했다.

최근 강남에선 김씨처럼 대출 이자 부담 때문에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3억원 이상 고액 대출자들의 매물이 쌓인다. 이들은 대개 '강남 불패신화'를 믿고 2~3년 전 부동산 호황기에 대출을 받아 강남 아파트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이자 급등과 집값 하락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자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

8일 현지 중개업소와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금리가 최근 한달새 0.3∼0.5%포인트나 오르면서 고액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이 커지자 10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매물이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의 한 중개업소는 금리 부담 때문에 나온 매물이 10여 건이나 된다. 송파구 잠실5단지의 한 중개업소에도 3억 원의 대출을 낀 매물이 5건, 4억원 융자를 받은 매물 3건이 각각 나왔다. 이들 매물은 시세보다 싼 급매이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다보니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대출을 안고 집을 산 사람들이 많다"며 "집값 하락세에 불안감을 느낀 대출자들의 급매물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도곡역 사거리에 있는 L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동부센트레빌 177㎡형이 시세보다 3~4억원 싼 22억원에 나왔다"며 "매달 300만원 가량을 이자로 내고 있는 집주인이 부담을 덜기 위해 매물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근 대치동 미도아파트나 우성아파트 등 비교적 오래된 아파트 역시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고가 아파트의 경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액의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입했기 때문에 집값 하락이 계속될 경우 이자 부담으로 인한 매물이 계속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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