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Watch]이구택-강덕수의 라운딩

더벨 김민열 기자 | 2008.07.08 08:30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캐스팅 보트' 쥔 STX...블러핑도 하나의 전략

이 기사는 07월07일(10:5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강덕수 STX 회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고 한다.

STX의 연간 조선용 후판 사용량은 90만톤. 이 가운데 20만톤 정도만 포스코에서 조달한다. 나머지 물량은 중국과 일본에서 조달하니 절대적인 의존도는 아닌 셈이다.

평소 특별한 친분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두 회장의 주말 라운딩을 주목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DSME) 때문이다.

의회에서 법안을 의결할 때 찬반이 반반일 경우 의장이 가지는 결정권이 ‘캐스팅보트(casting vote)’이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가부(可否) 동수일 때 의장의 캐스팅보트를 인정하지 않지만 기업간 인수합병(M&A)에서는 중요한 변수다.

올해 초 산업은행과 외환은행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던 현대건설 매각 문제가 갑작스레 불거진 것은 당시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적극적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DSME 인수를 공식 선언한 후보들은 STX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TX를 독립적인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 것은 잦은 M&A로 체력이 소진된데다 독자적으로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규모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TX와 감정의 골이 깊은 두산을 제외한 후보들은 일찌감치 STX를 컨소시엄에 끌어들이기 위해 접촉을 해왔다. STX 역시 후보들의 요청에 기꺼히 응하고 있다.


포스코, GS 등 조선업 경험이 없는 후보 입장에서 STX는 괜찮은 전략적 투자자(SI)다. 후보간 실력차가 박빙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면 유럽지역 독과점 문제와 DSME 노조반발 등의 측면에서는 껄끄러운 파트너다. 그렇다고 경쟁자와 손을 잡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이 회장은 STX가 행여 다른 경쟁자와 손을 잡지 않을지, 강 회장의 의중은 무엇인지를 간파하기 위해 라운딩을 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경쟁 후보들이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 있다. 바로 강덕수 회장의 의지다.

대경기계, 극동건설, 대한통운 등 그동안 STX가 참여한 딜 가운데 처음부터 인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곳이 드물 정도다. 대한통운 인수 당시에는 후보기업 한곳과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혼자 입찰에 참여했다. DSME 역시 STX가 어떤 전략을 선택할 지 예단할 수 없다.

강 회장이 사석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속내는 다를 수 있다. STX팬오션 등 계열사들의 자금여력과 경영권 인수 막바지 단계인 아커야즈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킬 경우 두산, 한화 등 다른 후보에 비해 자금력이 별반 차이가 없다.

“(DSME)인수참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STX측의 공시를 순진하게 믿고 게임 내내 STX의 막후 지지를 기대하거나 혼자 1등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라면 DSME 인수 전에서 위너가 될 자격이 없을 것이다. 상대방을 속이는 블러핑 역시 승자가 되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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