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G8 비웃고 연말 200弗로?(종합2)

유일한 기자, 안정준 기자 | 2008.07.13 17:30

지정학적 악재 쏟아지며 반전 계기 못찾아

-"150弗이 3차 오일쇼크 출발점 상징"
-'연내 200달러 간다' 끔찍한 전망 확산
-"급반전할 수 있지만 계기가 없다" 중론

국제 유가가 이렇다할 저항없이 급등하면서 연내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르면 전세계 경제는 한마디로 마비가 된다. 150달러 돌파가 '3차 오일 쇼크'의 출발점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끔찍한 전망이 하나둘 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지난주 147달러 마저 넘어 15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섰다. 지난주 주요 8개국(G8) 회담에서 고유가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지만 유가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시장참여자들은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G8회담보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같은 무서운 악재가 지배했다"고 전했다. 10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이었다.

◇200달러 베팅 증가한다
원유선물시장 투자자들의 200달러 베팅은 점차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를 두고 당장 연내 2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인 에니(Eni SpA)의 파올로 스카로니 대표는 한 이탈리아 신문과 인터뷰에서 "올해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충격을 주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주 말 기사에서 올 연말까지 유가가 2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는 흉흉한 전망이 월가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아르준 무르티 애널리스트가 지난 5월 전망한 대로 24개월 내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독일 보험회사인 알리안츠의 요아킴 파베르 이사는 향후 2년안에 유가가 2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10년 이후 유가가 200달러 밑에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기 힘들 것"이라면서 2010년 이후에는 유가 2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의 무르티 애널리스트와 흡사한 예측이다.

워낙 가파른 급등에 올여름 1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한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의 전망은 실현가능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넘치는 악재, 글로벌 공급 감소 우려

약달러, 원유 생산설비 투자 지연, 원유 공급 제한 및 장기적인 생산 감소, 고성장 국가의 수요 증가 등 수많은 변수들이 170, 200달러 전망의 근거다.

지난주에는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며 유가를 부채질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 격화,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 재현 우려, 브라질 석유회사의 파업 소식이 한꺼번에 밀려든 것이다. 중동에서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기까지 석유 공급 차질을 부채질하는 상황인 것이다.

유가상승에는 금융기관의 투기세력도 적지않은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원유 생산자들의 헤지(유가 하락위험 회피)를 위해 도입된 선물시장에서 투기세력은 매수에 베팅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미에너지정책연구소(EPRF)의 래리 콜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원유선물시장에서 투기를 늘리고 있다"며 "헤지 세력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매수세는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락 반전 계기가 '딱히 없다'
유가가 언제, 무엇을 계기로 하락반전할 지는 알 수 없다. 이는 매수, 매도세 모두에게 불확실성으로 남는다. 특히 그동안 매수를 통해 시장을 장악한 매수세력은 유가 하락 시그널을 포착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번 방향이 바뀌면 오른 속도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겁낼 만한 이슈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일단 미국의 휘발유 소비 감소는 큰 하락 모멘텀이 아니다는 지적이다. CIBC 월드 마켓의 제프리 루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변수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이 주도했다. 미국의 수요감소는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200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유가 하락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소식은 중국의 수요 감소다. 그런데 중국은 가뜩이나 올림픽을 앞두고 석탄 소비를 줄이고 석유 수요를 늘리고 있다. 쓰촨성 지진 복구를 위해 경유도 대거 사들인 바 있다. 댈러스 연방은행의 스티븐 브라운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올림픽 이후 중국의 소비가 계속 증가한다면 유가 상승 압력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내 원유 재고 증가 소식도 유가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체 하루 상업용 공급의 19일치 밖에 안된다. 이는 일년전 23일에 비해 턱없이 낮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소식도 있었지만 유가하락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G8 회담. 이 자리에서 투기세력 규제, 원유 생산 설비 투자 확충, 세계 에너지 포럼 출범 등의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러나 유가는 G8을 비웃기라도 하듯 역으로 튀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비축유는 7억600만배럴에 이른다. 미국은 하루 2000만배럴 이상을 소비한다. 전문가들은 미정부가 하루 200만배럴만 방출해도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의회는 이같은 방안에 동조하고 있지만 행정부는 비축유를 시장안정을 위해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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