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가들, 인플레는 못피해 '항복'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2008.07.07 15:03
- 신용경색 이어 인플레 파고
- 워런버핏 칼아이칸 등 체면 구겨
- 소로스 "中 증시 9000간다" 했지만…
- CEO들도 막대한 손실…델은 예외

'투자의 대가'들은 전세계적인 물가 급등 공포를 빗겨 갈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워런 버핏(77) 커크 커코리안(91) 등 내로라하는 투자가들도 신용경색에 이은 인플레이션 바람 앞에선 맥을 못췄다. 대부분 신용경색 국면에서 선방하며 이름값을 했지만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한 인플레 악재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가 경기침체와 함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파괴력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 워런 버핏
◇ 버핏, 커코리안, 아이칸 예외없이 체면 구겨 = 장기투자의 대명사인 버핏에서 대표적인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에 이르기까지 투자성향이 다른 대가들이 동반 손실을 입었다. 그만큼 인플레의 파고가 험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는 지난 1일 12만100달러를 기록, 지난해 12월 최고가(15만1650달러)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 500지수 하락률(15%)보다도 더 빠진 셈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990년 설립된 이래 최악의 반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 손해보험사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버핏 자신도 지난 2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축제는 끝났다"며 수익 감소를 경고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주식을 많이 사들인 웰스파고(편입비중 2위)는 2분기에만 18% 떨어졌으며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US뱅코프는 각각 14% 하락했다.

↑ 커크 커코리안
최근 포드 주식을 대거 사들인 커코리안도 속이 편치 않다. 커코리안이 이끄는 투자회사 트라신다는 지난 4월부터 미국 2위 자동차업체인 포드의 주식을1억4080만주 가량 매집했다.

트라신다는 포드 지분 6.5%를 확보, 4대 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포드 주가는 4월 이후 두달새 반토막났다. 지난 3일 기준으로 5월 2일 종가대비 47%나 빠졌다. 8.27달러이던 주가는 4.42달러로 떨어졌다. 커코리안은 앉은 자리에서 두달새 5억4000만 달러를 날린 셈이다.


야후에 투자한 기업사냥꾼 아이칸도 여간 심기가 불편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 등을 겨냥하며 공격에 나섰지만 MS가 발을 빼며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이칸을 중심으로한 야후 주주들은 제리 양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주장하며 8월 정기 주총 때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2월 1일 MS의 인수 제안 이후 야후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결국 원점으로 회귀했다. 18달러하던 주가가 30달러를 넘었으나 MS의 인수 포기로 20달러 초반으로 후퇴한 것이다.

↑ 칼 아이칸
◇ 중국 증시 9000 예상한 로저스 "말발이 안선다" = 주가 하락으로 물질적 손실 외에 체면을 구긴 '투자의 대가'도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로저스 홀딩스 회장인 짐 로저스는 "중국 증시는 버블이 아니다"라며 "내년 1월까지 상하이 지수는 9000선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하이지수가 6000을 돌파하는 등 중국 증시가 '꼭지'에 달했을 때다.

그는 당시 "중국은 성장 잠재력이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증시 버블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올초 9000을 넘길 것이라던 중국 증시는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상하이지수는 반년새 반토막 이상 하락, 지난해 10월 고점 6056에서 2700선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로저스의 '중국 사랑'은 여전하다. 로저스는 지난달 28일 중국에서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서 "중국 주식을 팔지 말라"며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주식 시장에서 돈 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들어 중국 증시가 50%이상 추락했지만 "포기하지 말라"며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로저스는 1970년대 조지 소로스와 퀀텀 펀드를 설립한 투자가로, 지난 1999년부터 중국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 마이클 델
◇CEO들도 막대한 손해..델은 차별적 행보 =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 양 CEO 등 IT업종 CEO들은 보수 중 스톡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막심하다.

구글은 올들어 3월까지 주가가 40% 이상 급락했다. 이후 상승반전했지만 여전히 연초대비 25% 가량 하락한 상태다. MS의 대주주로 얼마전 현역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 전 회장도 보유 주식의 평가손실이 막대하다. 작년말 37달러 하던 주가가 최근 23달러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반면 델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 회장은 실적과 주가 회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델 회장은 2004년 사임했지만 지난해 초 경영 악화에 따라 일선에 복귀했다.

델 회장의 복귀와 함께 델은 지난 1분기 PC 판매량이 전년대비 21% 성장하는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주가도 최근 3개월간 22% 상승, 델 회장의 보유지분 가치가 크게 늘어났다. 델 회장은 최근 보유지분을 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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