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모멘텀 없다" 200불 '유가괴담' 확산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7.07 11:34
-WSJ, 연내 200달러 갈수도 있다 전망 확산
-약달러, 수급 악화, 이스라엘까지 악재 산적
-중국 소비 감소, 비축유 방출 등 호재는 쉽지않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 국제 원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했다. 지난주 145.29달러까지 올랐다. 10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 예상치 못한 랠리에 200달러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괴담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이 7일 보도했다. 연내 200달러가 가능하다는 얘기들이 꼬리를 문다는 것이다.

유가는 지난주에만 3.6%, 올들어서는 50%, 일년전에 비해서는 100% 각각 급등했다. 전세계 주요 상품중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200달러 베팅 증가한다
원유선물시장 투자자들의 200달러 베팅은 점차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를 두고 당장 연내 2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휴스턴에 있는 튜더 피커링의 데이드 퍼셀 오일 애널리스트는 "아직 하락을 주도할 만한 큰 모멘텀이 없어 원유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150달러에 육박했지만 여전히 상승에 무게를 실은 변수들이 넘쳐난다. 약달러,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설, 원유 생산설비 투자 지연, 공급 감소 및 장기적인 생산 감소, 고성장 국가의 수요 증가 등 셀 수도 없다.

지난주 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인 에니(Eni SpA)의 파올로 스카로니 대표는 한 이탈리아 신문과 인터뷰에서 "올해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충격을 주었다.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올 여름 1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유가상승에는 금융기관의 투기세력이 적지않은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애초 원유선물시장은 생산자들이 미래의 가격 하락 위험을 막기 위해 선물 매도를 통해 판매 가격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달러 약세에다 전방위 악재까지 증가하자 투기세력까지 원유 선물 매수에 베팅을 강화했다.

미에너지정책연구소(EPRF)의 래리 콜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원유선물시장에서 투기를 늘리고 있다"며 "헤지 세력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매수세는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가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높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하락 반전 계기는 '딱히 없다'
유가가 언제, 무엇을 계기로 하락반전할 지는 알 수 없다. 이는 매수, 매도세 모두에게 불확실성이다. 특히 그동안 매수를 통해 시장을 장악한 매수세력은 유가 하락 시그널을 포착하기에 여념이 없다. 한번 무너지면 오른 속도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겁낼 만한 이슈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일단 미국의 휘발유 소비 감소는 큰 모멘텀이 아니다. 소비 변수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CIBC 월드 마켓의 제프리 루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수요감소는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200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유가 하락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소식은 중국의 수요 감소다. 중국은 가뜩이나 올림픽을 앞두고 석탄 소비를 줄이고 석유 수요를 늘리고 있다. 비축유도 대거 늘린 상황이다. 쓰촨성 지진 복구를 위해 경유도 대거 사들인 바 있다. 댈러스 연방은행의 스티븐 브라운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올림픽 이후 중국의 소비가 계속 증가한다면 유가 상승 압력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수요가 의미있게 꺾일지는 두고봐야한다.

미국내 원유 재고 증가 소식도 유가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체 하루 상업용 공급의 19일치 밖에 안된다. 이는 일년전 23일에 비해 턱없이 낮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소식도 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유가하락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비축유는 7억600만배럴에 이른다. 미국은 하루 2000만배럴 이상을 소비한다. 전문가들은 미정부가 하루 200만배럴만 방출해도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의회는 이같은 방안에 동조하고 있지만 행정부는 비축유를 시장안정을 위해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 등이 원유 생산을 줄이는 위기에 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축유 방출이 시장에 이렇다할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획기적인 방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200달러 되면 어떻게 될까
WSJ는 유가가 200달러에 오르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6달러를 넘는다고 했다.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자동차를 버리고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전세계 항공사와 자동차 산업은 더 심각한 침체에 빠지게된다. 미국내 주요 산업도 더 심한 하강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정치적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높은 유류세를 내리라는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아시아 정부들은 보조금을 더 줄여야하는 상황에 처하게되며 이는 시민들의 반발을 살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2. 2 "시청역 사고 운전자 아내, 지혈하라며 '걸레' 줘"…목격담 논란
  3. 3 G마켓, 소규모 셀러 '안전보건 무료 컨설팅' 지원
  4. 4 "네가 낙태시켰잖아" 전 여친에 허웅 "무슨 소리야"…녹취록 논란
  5. 5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