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정책과 시장변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2008.07.23 08:40

[머니위크 청계광장]

1970년 이후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딱 두 번이었다. 한번은 유가상승으로 인한 오일쇼크이고 또 한 번은 1997년의 외환 위기였다.

첫 번째 위기 때는 1979년부터 1980년까지 진행된 2차 오일쇼크에다가 10.26에서 5.18까지의 상황이 상징하는 국내 정세의 혼란상황과 겹쳐지면서 -1.5%의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1979년 약 12달러대였던 유가가 40달러 정도까지 상승하면서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경제팀이 강력한 안정정책을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불식시키면서 경제는 호조를 보이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 중반에 찾아온 3저 호황 덕분에 한국경제는 오히려 중진국 상위로 도약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한동안 호조를 보이던 경제는 김 영삼 정부가 주창한 세계화 구호와 함께 자본자유화가 이어지면서 1996년 23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후 한보, 기아의 부도 등이 겹치면서 1997년 외환위기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이로 인해 IMF로부터 290억달러를 빌려오는 등 총 570억달러의 구제 금융패키지를 제공받게 되었고 1998년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1998년 400억달러, 1999년 25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빌려온 외채를 모두 상환하게 되면서 경제는 급속히 회복됐다. 이에 힘입어 주가는 1999년에 1000포인트까지 상승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보면 지금의 한국경제 상황은 오일쇼크에 강도가 약한 외환위기가 겹쳐지는 모습이다. 유가는 150달러를 넘어서려 하고 있고 연말 경상수지는 10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고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고성장 추진 시 경상수지가 가장 큰 문제일 것으로 보고 환율을 선제적으로 끌어올려서 경상수지 방어책을 실행하였다. 문제는 연말 88달러 수준이었던 유가가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여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기게 된 점이다.


이 정도의 고유가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기는 하였으나 경상수지 방어 또한 매우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이므로 경상수지 방어를 통해 외환의 급격한 유출을 막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정책이다.

실제 1996년에 231억달러 적자를 기록하였는데도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환율을 조정하지 않은 채 달러당 약 800원대에서 계속 환율 방어에 나섰다. 이 바람에 외화가 부족해지면서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 했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대외변수 중에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은 경상수지이며 경상수지 적자가 외환부족을 유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한 목표이다.

환율은 시장변수인 동시에 정책변수이다. 어느 나라든지 중앙은행이 자국통화가치방어나 조절과 관련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따라서 현 경제팀은 환율조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함에 있어서 물가안정과 경상수지 방어의 두 가지 목표를 잘 조화시켜야 한다.

현 경제팀은 물가안정만을 내세워서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다가 경제전체가 무너져 내린 경험을 교훈으로 삼는 것은 물론 오일쇼크 이후의 안정정책의 경험을 잘 살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