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네병원, 돈 안되는(?) 진료에 매진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8.07.08 09:58

[병원도기업이다] 20. 누네병원

어찌보면 누네병원은 미련하다. 돈 되는(?) 진료에만 열중해도 적자가 난다고 아우성치는 판에 돈 안 되는(?) 진료에 매진하는 것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다. 손해가 커 대학병원조차 꺼리는 응급수술은 물론 각막이식까지 눈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한다. 응급수술은 추가로 투입되는 시간 외 수당 때문에, 각막이식은 장비가 너무 비싸 할 수 있는 병원이 손에 꼽힐 정도다.

그렇다고 의료진의 수준이 낮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누네병원에는 녹내장분야 권위자인 홍영재 전 연세의대 교수부터 김안과병원장을 역임한 김순현 박사, 최태훈 전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과장, 문상호 전 아주의대 교수 등 대학병원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전문 의료진이 대거 포진했다. 병원 스스로 대학병원급 안과전문병원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유용성 누네병원 기획원장(사진)은 "돈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하고 싶은 진료를 마음껏 하기위해 만든 병원"이라며 "수익에 상관없이 의사의 진료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정통병원'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존재이유가 환자 그 자체인 병원 말이다.

누네병원은 2006년 12월 대학병원 교수들이 '마음껏' 환자를 보겠다는 각오로 의기투합해 만든 안과전문병원이다. 망막, 백내장, 녹내장, 각막, 시력교정수술, 안성형 등 안과분야 모든 질환을 다룬다는 점에서 시력교정에 치중돼있는 다른 안과병원들과 차별화된다.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누네병원 전경
시력교정수술처럼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진료아이템이 많아지며 안과가 인기과 대열에 합류한지 오래지만 누네병원에서 제공하는 진료서비스 중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진료의 비중은 5% 남짓이다.

진료시간도 환자 중심이다. 진료는 물론 수술도 365일하며 휴일에도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10분 넘게 진료하는 것은 신기한 일도 아니다. 하루에 검사와 진단, 수술까지 이뤄지는 탓에 병원에 오면 담당 의사를 적어도 3번은 본다. 병원을 찾는 대부분 환자가 녹내장이나 당뇨합병증 등 평생 짊어져야 할 질환을 앓는다는 점에서 설명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란다.

유 원장은 "눈 질환의 대부분이 만성병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은 자신의 병명조차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치료할 때 자신의 병을 명확하게 알고 제대로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누네병원 의사들이 환자를 한번이라도 더 만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병원에는 환자 대부분이 앞을 보기 힘든 50~60대 노년층인 점을 감안, 병원에 들어설 때부터 나갈 때까지 함께해주는 도우미도 있다. 모두 환자와 친구 격인 할머니, 할아버지 도우미다. 기다리는 동안 환자들의 말벗이 돼 주는 것은 물론 진료에 대한 보충설명도 하는 누네병원판 '코디네이터'다.

↑누네병원은 환자 대부분이 앞을 보기 힘든 50~60대 노년층인 점을 감안, 병원에 들어설때부터 나설때까지 함께해주는 도우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유 원장은 "도우미 대부분이 돈보다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큰돈이 들지 않는다"며 "환자도 만족시키고, 적지만 고용창출 효과도 발생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병원급'을 강조하는 만큼 연구에도 열심이다. 대학병원만큼 영향력이 있으려면 연구실적이 바탕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부설연구소 '루미아이제네틱스'에서는 의사들의 임상연구와 함께 눈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단백질을 연구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혈액 내 질환관련 단백질 탐색 기술로 혈액 진단제 개발에 몰두한다. 궁극적으로는 녹내장, 노인성황반변성증, 암 등 눈 관련 난치병을 정복하는 것이 목표다. 유 원장이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이 같은 누네병원의 '정통병원' 전략이 의료산업화 트렌드와 어울릴 수 있을까? 유 원장은 '그렇다'고 단언한다. 그는 "한국은 무엇보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국민성을 가진 만큼 양심껏 소신있게 진료하는 것이 대중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며 "삼성이나 엘지처럼 '안과병원'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누네'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말에는 본점과 비슷한 규모의 2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10년 안에 서울에 3곳, 지방에 2곳의 '누네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 병원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병원기업'으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유 원장은 병원 본연의 의무에 보다 '충실'하기 위해 영리의료법인병원도 빨리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병원은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만큼 전체 의료수준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병원에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지금보다 전문병원이 활성화돼 환자 만족도는 높아지고 진료비도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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