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재난의 경제학

손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07.07 10:26
태안반도의 기름 유출, 중국의 쓰촨성 대지진, 미얀마의 홍수 등으로 막대한 재산 및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재해는 참사를 당할 때는 절망적이지만 경제학에서는 생산적인 과정으로 미화되고 있습니다. 복구과정을 통해 경기활황이 찾아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소위 '파괴의 경제학'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경제성장 모형은 재난으로 자본이 파괴되면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게 되지만 노동공급이 확대되고 투자가 늘어나서 생산은 급속히 회복된다는 논리를 전개합니다.

이 분야의 대가인 하버드대학의 바로(Barro) 교수는 실제로 35개국 57건의 재난 직후 경제성장률을 측정했습니다. 재난 직후 2년간 평균 20% 정도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들 국가의 장기평균 2%보다 크게 높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재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지수함수 형태로 가파르게 증가한다고 경고합니다. 재해에 노출된 지역의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인명과 재산피해 규모가 증가한 게 주원인이랍니다. 또 재난의 양상도 80% 이상이 허리케인,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어서 효과적인 예측과 대비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워튼리스크센터가 보험금 지급을 기초로 조사한 역대 20위 재난 중 18건이 최근 15년 내에 발생했습니다. 1위는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2위는 9·11테러가 해당했고, 1위부터 8위가 모두 미국에서 일어난 재난이었습니다. 보험금을 기준으로 한 통계여서 보험 보장이 잘된 선진국의 재난 피해액이 크게 나타난 것입니다.

선진국은 불행중 다행으로 보험을 통해 조속히 체계적으로 재난상황이 극복될 수 있지만 빈곤국은 국제적 구호의 손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미시간대학의 양(Yang) 교수는 자연재해의 피해액이 클수록 국제 구호단체의 지원금도 증가하고 빈곤의 정도가 심한 국가에서는 이민자의 국내 송금액도 증가해 피해액의 4분의3까지 유입된다고 추정했습니다.


국가별 소득격차에 따른 재난 극복 방식의 차이는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고소득층은 보험을 통해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재난으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재난은 소득 불평등도를 심화시킵니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동등한 수준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기후변화에는 분명히 분쟁과 가난이 뒤따른다는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말을 가슴에 담아야 할 때입니다.

재난과 관련해 지난 1월 전미재무학회에서 발표된 논문('Variable rare disasters')은 금융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식프리미엄 퍼즐, 과도한 주가변동성, 수익률의 예측가능성, 우상향 수익률곡선같이 이론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재난에 대한 인간의 공포로 잘 설명됨을 증명해냈습니다. 환경오염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되고, 투자회사들이 재난으로 인한 위험프리미엄을 투자관리에 포함시킬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히 우리의 삶에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경제학, 자연과학, 공학이 공동전선을 펴서 자연재해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할 때입니다. 클린턴 전 미대통령의 말로 글을 맺을까 합니다. "기후변화는 문명의 진전을 근본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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