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위기론' 약일까 독일까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07.07 09:05
-유가 상승, 경제 어려움 가중
-과도한 강조 부작용 가능
-정치권 "정권위기 돌파용" 의심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경제 부처, 여당 등이 한 목소리로 "경제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3차 오일쇼크"(이 대통령, 7월2일) "국난적 상황"(청와대 핵심관계자, 지난 6월30일)이라는 표현까지 동원된다. 사실상 '경제위기'란 진단이다. 이 같은 '경제위기론'은 곧바로 '고통분담'과 '여론통합'에 대한 강조로 이어진다.

두바이유가 140달러를 돌파하는 등 물가 불안과 세계 경기 둔화, 내수 부진 등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 위기론을 조장, 경기부진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위기는 위기"=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생산과 소비, 수출, 고용 등 모든 경제 영역에 악영향을 미치며 체감경기가 뚝 떨어졌다. 6월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5.5%까지 치솟았다. 5월까지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째, 경기동행지수는 4개월째 하락했다.

올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에 그쳤다. 설비투자는 지난 4,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2.5% 감소했다. 5월 기준 재고율은 3개월만에 100%를 넘어섰다. 지난해 평균 28만개였던 신규 일자리는 3, 4월 연속 20만개를 밑돌았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물가 불안은 올 하반기에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 수준에 이를 경우 성장률이 3%대로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이 6%대로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중경 재정부 차관은 "유가가 더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희망 꺾는 위기"=경제가 어렵다는 점은 여러 지표에서 확인되는 사실이지만 당정청이 과도하게 위기설을 전파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개 언론과 민간 차원에서 `경제위기론'을 주장하면 정부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방어하는게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경제위기론을 인정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해쳐 경기에 더욱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위기라고 생각하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꼭 닫아 내수 부진을 심화시키며 기업들도 투자에 나서지 않게 된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적으로 경제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외환위기와 비교될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현재 상황이 외환위기와는 다르다고 밝히고 있지만 외환위기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당시의 경제난과 대량 퇴직 바람을 연상시켜 소비자들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과도한 대응할 경우 투기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예컨대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춘다는 것이 알려지면 환율 하락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경제위기론을 미국산 쇠고기로 촉발된 정권위기 돌파용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지는 못할망정 자꾸 불안감과 위기감을 부추기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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