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비창' 격정과 비탄에 빠져들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08.07.06 18:03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머니투데이 여름음악회 2000관객 몰려 대성황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명훈-서울시향과 함께하는 머니투데이 여름음악회'에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2천여 관객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

2008년 7월 대한민국, 날씨도 국민들의 가슴도 무덥기만한 초여름 밤을 '황제'가 당당히 행진했다. 또 그 무더위조차 잊게하는 비탄과 격정의 파노라마 '비창'은 광화문을 울리며 2천여 관객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정명훈·서울시향과 함께 하는 2008 머니투데이 여름음악회'가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무대에 올려진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두곡 모두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가운데 하나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사진 왼쪽)과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안겔리치(사진 오른쪽)가 함께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둘은 4일 '정명훈·서울시향과 함께 하는 2008 머니투데이 여름음악회'에서 호흡을 맞췄다. ⓒ 홍봉진 기자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출신 니콜라스 안겔리치가 협연한 1부 '황제'는 절제와 간결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화려함을 이끌어냈다.

오케스트라의 힘찬 총주와 피아노의 화려한 카덴차로 시작된 1악장은 활기차고 웅대한 분위기로 공연장을 압도했다. 오케스트라의 화음과 함께 눈부시게 전개된 피아노가 독주가 돋보인 이날 공연에서 안겔리치는 완급을 조절해가면서도 놀랄 정도의 스피드와 템포로 관객에게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안겔리치는 불필요한 기교를 줄이고 정확한 터치와 느낌으로 성숙한 소리를 들려줬다.

↑니콜라스 안겔리치가 서울시향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고 있다. ⓒ 홍봉진 기자

안겔리치의 다소 빠른(?) 템포에도 정명훈의 손끝에 이끌린 서울시향의 연주는 악장이 진행될수록 견고함을 더해갔다. 쉼없이 내달린 1악장에 이어 2악장에서는 온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3악장에선 안겔리치와 시향 모두 열정적으로 몰아부치면서도 정제된 소리를 내며 앙상블의 절정을 보여줬다.

세종문화회관을 가득채운 2천여 관객은 여러번의 커튼콜로 안겔리치의 앵콜을 이끌어냈고 그는 바흐의 파르티타 2번 '알르망드'로 화답했다.

2006년 폴 메이어 지휘로 서울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했던 안겔리치는 이번이 2번째 내한 공연.

↑정명훈의 '비창'은 음울하기 보다는 격정적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을 꽉 채운 2천여 관객의 기립박수에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화답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

2부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노래'라 불리는 교향곡 6번 '비창'이 연주됐다. 너무 많이 알려져서 오히려 관객의 기대치가 더 클수도 있는 곡이다. 하지만 서울시향은 이날 최고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진 연주를 보여줬다.


'비창'은 올해 가장 자주 연주되는 레퍼토리다. 올 상반기 내한한 런던 필, BBC 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비창'을 연주했다.

정명훈의 '비창'은 음울하기 보다는 격정적이었다.

느린 템포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시작된 1악장에 이어 부드럽지만 여전히 음울함을 간직한 2악장, 그리고 3악장의 폭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혼연일체가 돼 터뜨린 압도적 선율.. 이후 4악장은 3악장의 그 격정은 어디로 다 사라지고 표현할수없는 슬픔과 고뇌를 들려주며 마침표를 찍었다..

정명훈은 격정적인 몸짓으로 '비창'의 음울함을 생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그려냈다. 돌연 폭풍우처럼 전개되는 1악장의 전개부, 열광적으로 마무리되는 행진곡풍의 3악장에서 그의 지휘는 폭발적 힘으로 서울시향을 이끌었다.

4악장의 마지막 여운이 끝나고 터진 우뢰와 같은 기립박수와 브라보... 객석은 정명훈과 서울시향을 그냥 보내주지 않았다.. 계속되는 박수... 정명훈은 놀랍게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4악장을 앵콜곡으로 들려줬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며 빠르게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는 4악장. 객석은 숨쉴 틈을 찾지못할 지경이었다. '비창'의 여운으로 우울했을 객석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는 멋진 피날레였다.

↑한 가족이 공연장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날 공연에는 20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 홍봉진 기자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날 관객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근 여러 유명 클래식 음악회에서 악장 중간에 박수가 터져나와 주최측이 애를 먹고 있다. 감동한 관객이 박수를 치는건 뭐라 할수는 없지만 오케스트라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비창' 3악장은 어김없이 박수가 터져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악장. 하지만 이날 객석은 끝까지 박수를 참아줬다. 또 마지막 4악장의 연주 이후에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객석 모두가 그 비감한 여운 만끽할 만큼 시간을 갖고 박수를 조금 뒤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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