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으로 외화대출, 재정부 입장 관철될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7.06 21:43
- 재정부, 외환보유고 외화대출 검토
- 한은 "외환보유고 함부로 못 쓴다" 반대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해묵은 논란이 재정부 입장으로 정리될지 주목되고 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6일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전격 회동을 갖고 외환보유액의 달러화를 풀어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차단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부와 한은은 이같은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한 환율 상승 제어에는 합의했지만 외환보유액을 수입결제 자금으로 빌려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의 달러화를 팔아왔으나 이 같은 매도 개입마저 효력을 잃자 아예 외환보유액을 수입결제 자금으로 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정부 구상은 원유, 곡물, 원자재 등을 수입하는 업체에 외환보유액의 달러화를 결제대금으로 빌려준다는 것. 이 경우 외환시장에서 수입결제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달러 매수 수요가 줄어들어 환율 상승 압력도 낮아질 것이라는게 재정부 판단이다.

재정부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해외에서 달러화를 빌려와 수입업체들에 결제대금으로 빌려주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외화조달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실제 지원 규모는 외환보유액를 빌려주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당도 환율 안정을 위한 수입결제 대금용 외화대출에 동조하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는 지난 2일 당정협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원자재 수입을 위한 결제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 압력이 많다"며 "수입결제 대금을 외화로 대출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책의 핵심인 외화보유액 활용 방안에 대해 한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은 외환 투기나 큰 경제적 충격에 대비해 비축해두는 것"이라며 "수입업체에 대한 외화대출 같은 곳에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외환보유액을 외화대출로 일부 지원했다가 환란 당시 상환이 제대로 안돼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외환보유액 활용을 둘러싼 재정부와 한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정경제부(현 재정부)가 지난 2006년 외환보유액을 해외투자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투자공사(KIC) 설립을 추진할 때도 한은은 강력 반발했다.

재경부는 한은의 반대를 무릅쓰고 KIC 설립을 밀어붙였고 그 해 6월에 외환보유액에서 170억달러를 떼어 KIC에 맡겼다.

재정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 부담을 고려할 때 환율 급등은 막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외환보유액의 달러화를 내다팔아 상승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대신 외환보유액의 달러화를 빌려주고 되갚도록 하면 환율 급등도 막을 수 있고 외환보유액도 축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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