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후폭풍' 금융빅뱅 예고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 2008.07.05 07:23

돌아온 '검투사' M&A 경쟁가열…메가뱅크론도 탄력

오는 9월 출범 예정인 KB금융지주 초대 회장에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이 내정되면서 대형화가 금융권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투사'로 불리는 황 전회장이 전략적인 인수·합병(M&A) 구상을 분명히 한 탓이다. 앞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외형 확대를 공언한 터여서 황 전회장의 복귀로 금융권은 'M&A 태풍'을 앞둔 분위기다.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묶는 '메가뱅크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외형에서 밀리는 곳은 도태될 우려가 있어 은행간 생존을 건 합종연횡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국내에 대형 '매물'이 한정돼 있어 '빅플레이어'들의 신경전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M&A 경쟁=올들어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은 M&A 확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내 은행 인수의지를 밝혔다. 이를 통해 300조원대 자산을 500조원까지 키워 글로벌 30위권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도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미 국민은행은 론스타와 HSBC의 매각계약이 파기되면 외환은행 인수에 즉시 뛰어들 태세였다. 여기에 황 전회장이 가세하면 전력은 한층 강화된다.

최근 법인세 '폭탄'을 제거한 하나금융 역시 '빅3'로 도약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금융기관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비은행권의 교차판매 채널 확대 움직임도 불씨다. 한국금융지주나 미래에셋그룹 역시 덩치 키우기를 통해 생존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메가뱅크 연대?=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산은 민영화 우선론'에 밀린 '메가뱅크론'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우선 메가뱅크 전도사인 박병원 전 우리금융 회장이 청와대 경제수석에 기용돼 정부에서 이를 주창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지가 넓어졌다.


이팔성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도 여전히 '메가뱅크'를 희망하고 있다. 독자적인 M&A가 간단치 않은 만큼 정부의 측면 지원을 받아 이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전 위원장도 "산은 민영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M&A를 완전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언급,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공교롭게도 전 위원장과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우리금융 부회장 출신이다.

황 전회장이 우리금융 시절 '메가뱅크론'을 지지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금융회사 투자 확대를 꾀하는 국민연금이 국민은행의 주주며, 공단 이사장은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이다. 일각에선 KB금융지주가 중심이 되는 메가뱅크가 추진되는 게 아니냐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에 부정적인 시나리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황영기씨 등장으로 가능성이 조금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메가뱅크가 추진되도 최소한 5년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른바 실력자들이 주요 금융회사 CEO를 맡는 바람에 오히려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민 속 외형 확대=최근 M&A 환경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 속에 은행의 영업환경은 악화일로다. 부동산시장 위축에 연체율 상승, 당국의 건전성 감독 강화 등 외형 늘리기가 만만치 않다. 저원가성 예금 이탈로 수익성도 떨어지는 추세다.

은행 규모에 집착하는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외형으로 승부하는 시기는 끝났다"는 지적도 있지만 '덩치'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최근 한 CEO는 "앞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는 (M&A)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경우 반드시 인수에 성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윤이 줄어들수록 많이 팔아야 불확실성의 시대를 견딜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판매망 및 고객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한 M&A전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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