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모기지해법 '베르사니칙령'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07.06 15:43

편집자주 | 조만 박사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박사학위 취득후 세계은행을 거쳐, 미 반관영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에서 15년간 근무하고 지난해후터 KDI에서 부동산 금융, 유동화 상품 등에 대해 강의,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급격하게 상승하는 물가와 이자율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변동율모기지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자율상승이 서민들의 주택대출 상환부담을 높이고, 이는 다시 소비위축과 모기지부도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변동율 대출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도 2005년 시작된 미국의 주택대출금리 상승, 그리고 2006년 중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주택가격 등 경제변수의 악화가 차입자의 대량 부도사태의 발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발표한 베르사니칙령이라 불리는 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탈리아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 7월 1.6%를 저점으로 올해 5월 3.7%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도 우리나라와 같이 변동율모기지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따라서 이탈리아 정부는 금리상승으로부터 차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5월 말 다소 반시장적인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즉,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칙령’의 형태로 공표된 이 정책은 이탈리아의 차입자들에게 2006년 당시의 낮은 금리로 변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대출기관의 손실을 덜어주기 위해서 시장대출금리(현재 6.5% 정도)와 변환금리(5%)의 차이는 원래 모기지의 만기 후에 소비자가 나누어 갚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차입자는 당장 상환액이 줄어드는 혜택을 누릴 수 있으나, 만기가 길어지는 부담을 감당해야 합니다. 현재 이탈리아의 일반적인 모기지론을 가정할 때, 소비자가 이 정책에 따라 대출금리를 조정할 할 경우 월 상환액이 평균적으로 750유로에서 660유로로 줄어드는 반면, 전체 상환기간은 20년에서 26년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의 공과에 대해서는 향후 논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면, 만기가 길어짐에 따라 신용리스크가 증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출기관의 자기자본비율 증가, 그리고 이와 같은 대출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채권의 신용등급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미 체결된 금융계약을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후 재조정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안정적. 효율적인 운용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고금리시대에 소비자보호의 목표와 함께 금융시장의 왜곡도 줄일 수 있는 정책처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모기지시장의 상황을 감안하여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첫째, 이자율의 급격한 변화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의 경우와 같이 사후처방에 의존하기 보다는, 모기지론의 발행 당시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포함된 상품을 보급,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자율변동의 상한선이 있는 변동율모기지 (Capped-ARM), 이자율을 일정 구간 내에서 변동시키는 제한적 변동율상품 등의 확대를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베르사니칙령에서와 같은 만기조정변동율모기지 (Variable Maturity Mortgage, VMM) 상품을 도입하여 모기지대출 시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는데, VMM은 홍콩에서 한 때 유행한 상품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모기지 상품의 종류를 늘림과 동시에 이 상품들에 대한 장단점, 특히 대출당시와 그 이후 상환액의 변동리스크에 대한 소비자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한 조치라고 하겠습니다.

둘째, 그 동안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안되었던 바와 같이, 고정율모기지(Fixed-Rate Mortgage, FRM)의 확대가 고금리시대 소비자보호의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FRM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선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모기지에 적용되고 있는 조기상환에 대한 벌금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FRM은 현재와 같이 이자율이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변환되는 상황에서는 판매가 늘어날 수 있으나, 반대로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바뀌는 시기에는 그 수요가 크게 줄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이 조기상환에 대한 제약이 있는 경우 경쟁력을 더욱 크게 떨어뜨림에 따라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특정 소비자층에 한하여, 최근 영국, 호주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지분공유모기지’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고금리시기에 소비자보호는 상환액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해 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고, 지분공유모기지는 정부지원이 필요한 소비자계층에 한하여 발행 모기지 발행당시부터 상환액부담을 덜어 주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논의된 바 있는 ‘지분형아파트’와는 다른 개념으로, 특정지역 특정주택에 연계되지 않은 금융상품이고, 외국의 경우 저득층이나 집값이 비싼 지역으로 이주하는 공무원 등의 특정 지원계층을 위한 유용한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모기지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주택대출의 자유화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큰 폭의 성장을 하였고, 그 동안 대체로 저금리환경이라는 호조건 하에서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시장형성 이후 처음으로 맞는 고금리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여러 시장참여자 및 감독당국이 중지를 모아야 할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