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오르면 원리금 더주는 '인플레 채권펀드'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8.07.11 08:44

[머니위크]돈 되는 펀드, 돈 잃는 펀드

'6월 소비자 물가 전월대비 5.5% 상승 : 한국'
'6월 소비자 물가 4%로 16년 만에 치고치 경신 : 유럽'
'5월 소비자물가 8.1% 상승 : 중국'

선진국과 신흥국 구별할 것 없이 전 세계 경제가 인플레에 고통받고 있다. 고유가와 원자재 농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올 하반기 세계경제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인플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로 신음하고 있는 올해 글로벌 증시에 결정타를 날렸다.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기준 금리인상과 긴축정책 등이 전개되면서 주식과 부동산 채권 가격이 연일 급락하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잘 나가던 브라질 증시조차 인플레로 발목이 잡혀 6월 한달 동안 무려 10.4% 하락했다. 중국과 베트남 증시가 연초 이후 반토막 난 것도 인플레에 기인하고 있다.

◆물가상승 연계해서 원리금 수령 =>실질 구매력 보전

이처럼 인플레로 금융과 실물 자산가치가 급락하면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인플레 연계 채권'(이하 인플레 채권)이다. 일반 채권과 달리 인플레 채권은 물가가 상승할 경우 투자 당시보다 원리금을 추가 지급받아 실질구매력 훼손을 보전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투자 당시보다 물가가 오를 경우 이를 반영해서 추가로 원리금을 수령하는 채권이다.

이 같은 인플레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바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펀드'(이하 인플레 채권펀드)이다. 인플레 채권펀드는 지노피아자산운용(HSBC그룹 자회사)의 인플레 연계펀드인 'GILB펀드'를 복제했다. 모펀드의 운용성과를 90% 이상 가져오는 운용구조다.

모펀드인 GILB펀드의 보유 채권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선진시장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이 80%, 한국,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시장이 20%를 차지하고 있다(4월말 기준).

장항진 상품전략팀장은 "전통적으로 선진국은 물가, 신흥시장은 성장에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인플레 채권도 선진시장 비중이 높다"며 "하지만 선진국의 채권은 안정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낮아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신흥시장 채권을 20% 정도 편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채권의 신용등급은 대부분 AAA등급이며 채권의 잔존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은 8년 정도.

장 팀장은 "인플레와 저성장으로 주식보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며 "인플레 연계채권은 AAA등급에다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훼손을 보전받고 있어 요즘같이 고물가시대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수익률도 양호한 편이다. 특히 물가 상승기에는 일반 채권보다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인플레 채권의 벤치마크인 '바클레이즈 신흥시장 GILB지수'는 2003년 12월 말부터 2007년 12월 말까지 4년동안 104%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채권의 벤치마크인 JP모건의 신흥시장 채권지수는 72% 상승했다. 물가연계채권 지수가 32%포인트 초과 수익률을 안겨준 셈이다.

◆금리상승 위험은 채권투자자의 운명


물가연계채권도 일반 채권처럼 금리상승에 취약하다.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모펀드인 GILB펀드의 평균 듀레이션이 8년이기 때문에 금리상승 시 펀드수익률 하락폭이 크다. 즉 금리가 평균 1% 상승하면 모펀드의 편입채권 가격은 평균 -8% 하락한다.

이에 대해 장 팀장은 "1970년대와 달리 최근의 경제양상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물가연계채권의 위험(금리인상)보다는 기회(물가상승)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용위험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모펀드인 GILB펀드에는 아르헨티나 인플레 채권이 편입돼 있다. 이에 장 팀장은 "2월 말에 전체 NAV(순자산가치)의 2%까지 편입했지만 최근에는 미미한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적극적으로 편입 채권을 매매하기 때문에 신용위험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선진시장 비중이 80%를 넘고 있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최악의 경우 아르헨티나가 원리금 지급 중단을 선언해도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채권은 환헤지, 신흥시장은 환노출

이 펀드는 5월30일 설정됐다. 설정액은 100억원으로 아직 본격적으로 '인플레 채권'을 편입하지 않았다. 장 팀장은 "조만간 한국물을 비롯해서 신흥시장 인플레 채권을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당분간 글로벌 인플레 현상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인플레 채권이 안정된 수익률을 제공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채권운용에 들어가면 연 10% 이상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상순 모닝스타코리아 펀드분석팀장은 "적어도 올 연말까지 놓고 본다면 인플레 현상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 펀드의 투자매력은 충분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2년 이상 장기투자할 경우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수익률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원가상승 압력을 제품가격에 전가시킬 수 있어 주식이 채권보다 더 유용한 인플레 헤지수단이 될 수 있어 굳이 채권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인플레 연계 채권이란 = 물가 상승률에 채권의 원금과 이자(쿠폰)를 연동시켜 지급하는 채권. 채권투자자는 물가상승률과 연동돼서 원리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인플레에 따른 화폐구매력 감소'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1981년 영국에서 최초로 발행됐으며 프랑스(1998년),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2003년) 등도 동참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7년 3월 물가연동국채를 처음 발행했다.

전세계 물가연동채권 규모는 1400조원 규모에 달한다(2008년 2월 말 기준). 최근 들어 발행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물이 450조원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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