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그저 美증시에 기댈뿐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7.03 16:50

계란(기관 순매수)으로 바위(3가지 악재) 치기

미증시 하락, 유가 상승, 외국인 주식순매도 행진의 3가지 악재가 똘똘 뭉쳐 개장초 코스피지수를 1580선까지 밀어냈다.

기관이 연일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과 개인의 매물을 받아냈으나 1600선을 회복시킨 정도였다.

외국인은 이날도 4469억원을 순매도하며 19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5조6582억원에 달하는 매물 폭탄을 맞고서는 지수가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개인도 나흘간 8033억원을 순매도했다. 1700선이 무너지자 그간 유지했던 매수위주 패턴을 접고 연일 손절을 치는 모습이다.

기관은 전날에 이어 매수 총공세에 나섰다. 연기금이 1466억원을 순매수하면서 3주만에 1000억원대 순매수를 기록할 정도로 총동원령이 하달됐다.

프로그램은 5일간 차익·비차익 거래 동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2조3733억원을 쓸어 담았다.
하지만 매수차익잔고가 7조2000억원대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사상최대치(7조4115억원)에 육박하는 부담이 커졌다.

베이시스가 악화될 경우 프로그램 순매수분이 매물로 둔갑하면서 후폭풍이 야기될 수 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피크를 쳤던 날이 주가가 1901까지 상승하면서 베어마켓 랠리를 끝내고 하락세로 돌아선 5월19일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늘어만 가는 매수차익잔고를 기관의 매수강도 강화로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매일 지수방어가 급급한 상황에서 내일을 걱정할 여유가 있을 수 없다.

미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외인 매도공세가 멈출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미증시는 국제유가(WTI)와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다. 결국 유가 동향이 악재의 근원인 셈이다.

하지만 WTI가 하락은커녕 사상최고치를 경신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배럴당 144달러대까지 오르면서 150달러선 돌파도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올려 미달러 약세가 재개된다면 보상심리에 따른 유가 추가상승이 우려된다.

이러한 유가 고공행진 앞에서는 경기가 죽을 쑬 수밖에 없다. 물가 앙등은 물론이고 기업어닝도 타격을 받게 될 일이다. 그럴 경우 주가 저평가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주당순익배율(PER) 등 밸류에이션도 악화된다.


기업실적마저 예상을 뒤엎고 둔화 추세로 전환된다면 증시 근간이 훼손된다. 고물가로 인해 ' 기업실적 악화→ 경기둔화→ 투매→ 주가 하락 →소득효과 감소 →수요 둔화 →기업실적 악화'의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경제 펀더멘털이 망가지면 서브프라임 사태는 비교도 안 된다. 글로벌 유동성이 방만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금리인상이 원자재 가격 앙등을 제어할 수 있을 지도 가늠하기도 어렵다.

전날 기획재정부가 대출규제 카드를 언급한 정도만으로도 증시 분위기가 삽시간에 냉각됐는데 실제 금리가 인상되고 유동성이 축소된다면 물가를 잡기도 전에 경제가 파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지구촌 어느 한 구석에라도 기댈 언덕이 보이지 않는다. 전날 장대 양봉을 나타냈던 인도 증시가 이날 그대로 원위치하는 것에서 보듯 일시적인 호재에 눈길을 주기가 민망할 정도다.

전날 미국 ADP는 6월 민간부문 고용이 7만9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나올 고용지표가 결코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편이다.
독립기념일에 따른 사흘 휴장을 앞두고 투매가 촉발되면서 미증시가 또 한차례 추락한다면 오늘 회복시킨 1600선이 의미가 없게 된다.

다우지수와 프랑스 주가지수에 이어 S&P500, 영국, 독일 등 여타 선진국 지수까지 연저점을 깨고 코스피지수도 그런 전철을 밟게 된다면 최근 지수 방어군으로 나섰던 기관도 항복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기관이 무너진다면 펀드환매사태(펀드런)가 시작될 지 모른다. 베트남과 중국 증시를 보면 코스피지수의 5년간 오름폭조차 삽시간에 사라지지 말란 법이 없다.

생산코스트와 자본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가운데 전개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험하지 못한 괴물이다. 1920년대 공황마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그 때를 기억할 수 있는 생존자는 거의 없다.

냉엄한 현실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대응방안도 마땅치 않다. 그저 과매도 국면에서 반등이 나올 때라는 기대감만 있을 뿐이다.

"미국증시여 떠라. 제발… "
대부분의 바람이다. 아니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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