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선진국 대만, '공공-민간' 손발 척척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8.07.03 11:07

[신용고속도로 만들자]② 신용선진국은 …

-6000여곳 업체 공공정보까지 공유
-공공부문 세계 1위, 금융우대국 환골탈태

대만은 개인신용평가(크레디트뷰로·CB)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4년 세계은행의 '크레디트 리포트 시스템 평가'에서 공공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대만이 CB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75년이다. 당시 대만은 세계에서 금융서비스가 가장 낙후된 곳으로 분류됐다.

소비자들은 기존 대출금을 감춘 채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고 이를 파악할 능력이 없던 은행들은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금융권 서비스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를 울리는 고금리 사채가 기승을 부렸다.

대만 정부와 금융권은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인 대출관행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판단, CB 설립을 결정했다. 대만 재무부(MOF)와 중앙은행 주도로 그해 은행협회 내에 JCIC라는 단일 CB가 만들어졌다.

초창기 JCIC는 대만 금융당국 산하 기관으로 소비자들의 금융연체정보를 수집·가공한 후 이를 다시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단순 업무만 맡았다. 이후 금융산업 발전과 신용카드문화 확산에 맞춰 사업영역을 꾸준히 넓히면서 국가적인 인프라로 자리잡았고 비영리재단으로 독립했다.

1995∼2001년 JCIC를 통한 정보조회건수는 연 5000만건에 못미쳤지만 2004년부터 연 2억7000만건 이상으로 늘었다. CB를 활용해 대출 부실을 줄여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한 금융권이 본격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현재 JCIC에 은행 40여곳을 비롯해 투자, 증권, 캐피탈, 협동조합, 보험, 신용카드, 채권보증, 외국은행 지점 등 총 420여곳이 회원사로 가입했고 6000개 이상의 업체가 신용정보를 공유한다.

JCIC가 수집하는 정보는 은행, 카드 등 민간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공부문까지 폭넓다. 금융기관에서 수집된 △대출액 및 한도 △재산현황 △공과금 납부 현황 △파산·소송 △인적사항 등 개인고객 기록 외에 기업 CB를 위한 △법인등록 여부 △회계감사 결과 △채권발행 실적 및 부도현황 △수출·입 통관실적 및 관세 △세금납부 현황 등이 포함된다.

대만 정부는 금융당국뿐 아니라 각 경제부처가 집계한 경제관련 통계부터 신용카드 등 업황분석 자료,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현황까지 모든 정보를 내놓는다. 민간도 회계사무소의 기업결산 감사자료 외에 기업체의 이사회 구성, 임원내역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JCIC는 '포지티브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체율 같은 부정적인 정보만 공유하는 '네거티브 방식'과 달리 자산 현황, 대출금 상환실적 등 우량 정보도 담는다. 대만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노력이 결합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금융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금융권에 필요한 경제 분석자료는 물론 국민 신용도 변화추이, 정책적 시사점까지 내놓는 등 연구기관 위상까지 갖춰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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