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청사 주차료 받겠다던 행안부, 고집 꺾나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8.07.02 15:32

대안없는 정책 추진으로 비난 잇따라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대중교통 전무해 실효성 없다는 비판제기
-행안부, 진퇴양난 고민 깊어질 듯


행정안전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과천정부청사 주차장 유료화 문제가 여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2일 아침 열린 당정협의 시작 전 수석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사진)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최 의원은 "과천청사에서 주차료를 받는 것은 보류한 것이냐, 바꿔서 시행한다는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라고 물었다. 이에 정부측이 "검토 중'이라고 답하자 "백지화해야 하지 않나"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아예 회의 모두발언에서 주차장 유료화 문제를 꺼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그게 좀 심하더라.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라며 사실상 백지화를 촉구했다.

여당의 집중적인 비판에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과천청사 주차장 유료화를 일단 백지화하기로 했다. 행안부가 잇단 비난에 결국 손을 든 셈이다.

행안부는 지난 4월부터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와 과천 및 대전정부청사의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해왔다. 공무원들부터 자가용을 놓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였다.

세종로 중앙청사 주차장의 유료화 문제는 비교적 수월했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한데다 공무원들이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여의도 국회와 청와대와도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선만 봐도 세종로 주변에는 1호선(시청역, 종각역), 2호선(시청역), 3호선(경복궁역), 5호선(광화문역)이 모두 지나가고 버스 노선도 풍부하다.


하지만 문제는 과천에서 발생했다. 과천청사 주변에는 지하철이 4호선 하나만 지나가는데다 지하철 운행 간격도 다른 역에 비해 길다. 버스노선도 많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출퇴근 시간이 30여분에서 1시간 30분 이상으로 길어지게 되고 여의도 국회를 방문할 때 오가는데 소요하는 시간도 크게 늘어난다. 야근을 할 때도 문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주차장을 유료화한 이후에도 자가용을 몰고 오자면 하루에 2만원, 한달에 40만원이나 하는 주차료를 내야 한다.

게다가 '얼리버드' 정부를 맞아 새벽별 보고 새벽달 보며 퇴근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휴일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는데 몇번씩 대중교통을 갈아타고 출근하자니 과로사 공무원이 곧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행안부 내부에서는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유료화에 있어 한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던 곽승준 수석이 각 부처 정책홍보관리실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행안부는 이틀뒤 '철회나 유보는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 행안부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수석이라고 하지만 행안부가 추진하는 일에 그처럼 끼어드는 것은 월권행위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백지화를 밝혔지만 행안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유료화를 덮자니 그동안의 체면이 서지 않고 계속 추진하자니 날로 더 커지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이 강하게 반기를 들고, 종교계까지 반정부 대열에 합류하는 상황에서 행안부가 뚜렷한 대안 제시없이 주차장 유료화를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의 마음잡기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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