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팔자' 사나운 외인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7.02 11:19

18일째 전방위 순매도 공세…"컴백은 상당한 시일 걸릴 것"

외국인투자자의 매도 공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은 2일 오전 11시15분 현재 1871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18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다. 외인의 순매도로 장이 마무리된다면 올들어 지난 1월3일부터 31일까지 21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2번째로 장기 매도세 지속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지수도 외인의 공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전날 대비 1.7% 하락하며 1640선도 내준 상태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1440억원과 496억원의 순매수를 보이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기관 매수세는 프로그램 순매수분 1317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매도로 파악되고 있어 증시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 패턴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1년 전인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의 외국인 매도 패턴을 비교한 결과를 제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 매도는 지난해 6월과 달리 전방위적이자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외국인들은 3조5356억원을 순매도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서브프라임 위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꿈틀대던 무렵. 하지만 국내증시는 펀드자금의 유입으로 3월 중순부터 이어온 상승기를 이어가면서 외인의 매도 공세에 대응했다.

이 연구원은 "당시 외국인들의 매도는 산업재와 소재 등 밸류에이션이 높은 섹터에 집중적으로 공략해 국내 기관이나 개인과 적절히 맞설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올해 6월 이후 매도세는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밸류에이션의 고려없이 무차별적이자 전방위 매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지난 6월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전기전자와 금융, 산업재, 소재 등 모든 업종에 걸쳐 일어났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업종에 대한 '팔자 우위'가 집중되면서 코스피지수도 동반 하락을 보인 것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전체 순매도액 4조7895억원 가운데 전기전자(시총비중 21.5%)에 43.3%인 2조118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어 시총비중 16.6%인 금융(21.8%)과 시총비중 13.2%인 소재(12.6%) 순으로 순매도했다.


동양종금증권 분류상 순매수한 업종은 유틸리티(577억원)과 에너지(26억원)밖에 없다. 하지만 유틸리티와 에너지는 시총 비중이 각각 3.5%와 2.4%에 그쳐 순매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국내 코스피시장의 시총비중 94.1%를 차지하는 업종 대부분에서 매도를 강화해 증시의 약세를 주도한 셈이다. 지난해 6월 시총 비중 1위인 전기전자에 대한 관망자세를 유지하며 밸류에이션적 접근을 시도했던 자세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의 특징은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들어온 자금이 빠져나가는 기미가 감지된다"며 "국내증시 뿐 아니라 대만과 인도 등에서도 수조원의 순매도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들의 장기자금이 비중축소를 꾀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또다른 최근 매도 특징은 증권주에 대한 대차거래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업종 대표주 상장 주식수 대비 대차잔액의 비중이 높은 종목을 살펴보면 대형 증권주가 모두 포함돼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주식수 대비 대차잔액 비중에서 삼성증권은 19.0%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13.5%)과 우리투자증권(11.3%), 대우증권(9.9%)도 대차잔액 비중이 높았다.

대차거래의 대부분이 외국인들에 의해 이뤄지고, 시장의 방향성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 증권임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외국인의 '컴백'은 언제 이뤄질까. 이에 대해서는 "기약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연구원은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른 업종별 호ㆍ악재가 반전의 모멘텀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유가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 진정 등 외부 변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환경의 불안정에 따른 외국인들의 현금확보가 가라앉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열쇠를 쥐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컴백'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관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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