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는 삼성 사장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웃음띤 채 활기차게 출근하던 예전같은 사장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건희 전 회장이 전날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삼성전자의 세계 1위 제품을 언급하며 감정에 복받쳐 울먹였다는 소식이 이들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 했다.
이날 사장단협의회를 주재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비롯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배정충 삼성생명 부회장 등은 전날 법원 방청석에서 밤 12시10분쯤에 끝난 공판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만큼 이날 사장단협의회의 분위기는 비장했고 침울했다는 전언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눈물을 지켜본 회장단의 마음은 착잡하고 침울할 수밖에 없었고 계열사 독립경영체제의 첫 출발인 사장단협의회의 분위기도 연장선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장단협의회에서 이수빈 회장은 "삼성은 현재 이끌어 줄 선장도 방향타도 없이 각사가 독립적으로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복합적 위기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로 인한 '리더십의 위기', 과연 10년 20년 후에 무엇으로 먹고살지 하는 '미래 먹거리 위기', 특검으로 인해 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상처를 입은 데 따른 '삼성 브랜드의 위기' 등 3가지 위기가 복합적으로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거의 위기는 이 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기획실의 가이드로 그룹 전체가 힘을 합쳐 이겨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기 어렵게 됐다"며 "사장단이 새로운 각오와 책임감으로 한층 더 노력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는 1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협의회의 운영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선 협의회의 성격을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그룹 공통의 현안에 대해 협의하는 '협의체'로 규정하고, 각 관계사 사장단 약 40명이 참석해 매주 수요일 열기로 했다. 회의주재는 이수빈 회장을 비롯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등 회장단이 맡기로 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