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 성장=일장춘몽' 인정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7.02 13:30

[하반기 경제운용방향]MB노믹스 실패 자인

-6% 성장이 4% 후반 성장으로
-현실 무시하다 결국엔 인정
-물가 불안 여전해 4% 후반마저 물음표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기존 '6% 내외'에서 '4% 후반'으로 수정했다. 불과 한두달 전만 해도 "그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심화되는 경제여건 악화에 꼬리를 내렸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도 기존 3.3%에서 4.5% 내외로 상향했다. 고용 전망치도 악화됐다. 신규 일자리 전망치는 35만명 내외에서 15만명이나 감소한 20만명 내외로 내려잡았다. 예상 경상수지 적자규모도 70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 조차도 국제유가가 더 이상 급등하지 않고 정부가 구상하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을 경우를 가정한 전망치로 실제 성적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상' 버리고 '현실' 인정=이명박 정부가 지난 3월 '6% 성장률'과 '3% 초반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에서는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장밋빛' 환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미 국제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었고 선진국 경기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견에 정부는 감세와 규제완화, 공공투자 확대를 통해 6% 성장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는 민간·공공 투자 확대로 성장률을 0.7%포인트, 서민생활안정으로 0.5%포인트, 감세로 0.2%포인트 등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계획은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현 정부 출범 전인 지난 1월 옛 재정경제부가 제시했던 '4.8% 성장률'이 현실성이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제유가 급등(-0.8%포인트) △세계경제 성장 둔화(-0.4%포인트) △원화 환율 상승(-0.2%포인트) △제도개선 지연 및 사회적 혼란(-0.2%포인트) △시장금리 상승(-0.1%포인트) 등 성장률 하락 요인이 있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현실을 무시한 목표치로 오히려 경기 악화에 대처할 기회를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6% 성장-3% 초반 물가'를 제시했을 때도 유가 상승과 세계적 경기침체 기조는 어느 정도 예견됐기 때문. 게다가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환율 상승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더욱 떨어진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라도 상황을 직시하고 현실을 인정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당분간은 경제 안정 쪽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긴축기조로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 정책에 '올인'=6월 소비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5.5%까지 치솟는 등 고물가 고통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초점은 '물가안정'에 맞춰졌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정부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기대심리를 낮추는데 있다. 물가운용이 하반기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자제하면서 거시경제정책을 최대한 안정지향적으로 운용키로 했다.

정부는 금융권 대출관리 강화, 고환율 정책 자제, 감세, 관세인하 등 동원 가능한 정책들을 모두 가동할 계획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금리 인상 카드까지도 언급되고 있지만 재정부는 "금통위 소관 사항"이라며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 목표치인 4.5% 수준 물가 억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최대 변수다. 정부의 이런 물가 전망치는 두바이유 기준 평균 도입단가가 배럴당 110달러에 맞춰진 것이다.

하반기 원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물가는 더 치솟을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도 유가가 150달러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보고 비상대응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물가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 물가 상승은 소비위축을 부르고 이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성장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실제 저성장과 고물가가 고착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입단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4분기에도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 경제여건은 올해보다도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물가에 부담을 주는 과잉 유동성을 차단하는데 힘을 기울여야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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