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 삼성 회장 눈물, 왜?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7.02 07:46
삼성그룹을 20년간 이끌었던 이건희 前 삼성 회장이 1일 서울중앙지검 417호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왜 일까.

이 전 회장은 재판부가 모든 계열사 중 특별히 중요한 회사는 어디냐는 질문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삼성전자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보였다.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제품 중 11개가 세계 1위다. 1위는 정말 어렵다. 아마 이런 회사를 만들라면 10, 20년 가지고도 안될 것"이라고 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987년 11월 선대 이병철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삼성 그룹을 이끈 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세계 1위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88년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창업을 선언하고 초일류 그룹 육성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룹 내부의 50년간 이어져온 무사안일의 오랜 타성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1990년대초반 미국 LA의 한 백화점 구석에 먼지 쌓인 삼성TV를 보며, 아시아의 싸구려 TV를 생산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질(質) 경영을 강조하며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이끌어냈다. 신경영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세계 1위 도전을 꿈을 키웠다.

1995년에는 설날 선물로 임직원에게 보낸 휴대폰에 문제가 발생하자 이 휴대폰 15만대(당시 150억원어치)를 전량 불에 태우는 '휴대폰 화형식'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 일본 등 전세계 IT 기업들이 '한국의 삼성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참아내며 이룬 결실이 삼성전자다.


이 전 회장이 취임한 후 지난 20년간 삼성의 매출(2006년 기준)은 8.9배인 152조원으로 늘었고, 세전이익은 52.6배 증가한 14조 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1987년 당시 1조원에서 지난해에는 140조원으로 140배 늘었다. 수출은 9억달러였던 것이 73.7배 늘어 지난해 663억달러를 기록했다. 그 사이 직원수는 16만명에서 25만명으로 약 60% 증가했다.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당시 '안방 기업'에서 전세계 21위의 가치(169억달러)로 성장했고 그 중심에 삼성전자가 있다.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이룬 삼성전자의 사원 신분까지 이날 버린 이 전 회장이 법정에 나와 가장 애착이 가는 기업에 대한 진술 과정에서 회한과 안타까움의 눈물이 흘러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또 선대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이어받아 세계 1위 제품을 지속적으로 키워 부국을 만들고자 했던 이 전 회장이 그동안의 성과를 묻어두고 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분출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강한 카리스마의 이 회장이 자식과도 같은 삼성전자를 떠나 법정에 앉아 있는 현실 또한 스스로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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