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게걸음' 방통위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 2008.07.02 09:20

출범 100일 '중장기 계획' 부재...'합의제' 태생적 한계 넘어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통합 조직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지 3일자로 꼭 100일이 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판단에서 오랜 산고 끝에 탄생한 조직이 방통위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최시중 위원장은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가까스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여야 입장차가 너무 커서 결국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도 채택받지 못한 채 임명됐고, 이런 곡절 끝에 위원장은 취임했지만 직원들이 보직발령을 받기까지 한달 이상 걸렸다. 그러다보니 방통위는 새 정부 조직개편 이후 무려 2개월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행정공백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아니면 급격한 환경변화 탓일까. 방통위는 출범 100일째를 맞는 지금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혼란스러운 것은 방통위 조직뿐 아니다. 기업도 시장도 혼란스럽다. 방통위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의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킨다.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 관련 산업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을 끝내려면 방통위는 조속히 '중장기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방통위의 정책목표와 실행과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중장기계획은 기업에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구실을 한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2008년 반환점을 도는 이 시점에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발표를 못한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같다.
 
이유는 청와대 업무보고에 발목이 잡혀있는 탓이다. 방통위의 청와대 업무보고는 지난 100일 동안 무려 3차례나 연기됐다. 6월10일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촛불정국 등에 가로막혀 보고를 못하고 말았다.

 
합의제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도 방통위 정책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이 1주일에 2차례 회의를 하고 모든 현안을 논의한다. 그러다보니 회의 때마다 처리해야 할 안건은 늘 산더미다. 수십 건에 달하는 안건을 제대로 검토나 하겠나 싶을 정도다.
 
이런 한계는 방통위가 '합의제' 조직으로 법제화될 당시부터 예상된 대목이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 방통위는 사후규제기관 성격만 갖는 게 아니라 진흥정책도 담당하는 곳이다. 그런데 5인합의제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사소한 내용도 모두 상임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결정이 '게걸음'일 수밖에 없다.
 
방통위 직원들도 죽을 맛이다. 행정부처는 장·차관에게 보고하면 됐지만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하니 "업부보고 하다 세월간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결정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부담없다"고 얘기하는 직원도 있지만 소신껏 일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는 직원들이 더 많다.
 
방통위의 이런 현실은 이명박 정부의 '실용'하고도 거리가 멀다. '합의제'라는 태생적 한계로 속도를 낼 수 없는 구조라면 최소한 방향만큼은 제시해줘야 옳다. 그것이 바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다. 그래야 시장도 기업도 정부를 믿고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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