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한국 시스템LSI 산업의 현실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08.07.02 08:40

[반도체5부작기획-(2회)]진정한 반도체 강국 "시스템LSI 육성으로 이룬다"

"한때 PC 생산부문 강국이었던 우리나라가 PC에 들어가는 부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PC 생산부문 경쟁력을 잃는 데 불과 5년도 안 걸렸다."

한 때 정부가 추진한 IT-SoC사업단장을 맡았던 공진흥 광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부품(반도체)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의 미래를 설명하면서 던진 말이다.

공 교수는 "PC 부품 경쟁력 악화가 PC 생산 분야로 이어지면서 현재 PC생산의 중심은 중국과 대만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토로했다.

PC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는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등 휴대단말기(모바일) 분야 역시 핵심 부품인 시스템LSI(비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주도권을 중국과 대만 등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성장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메모리에 치중된 한국반도체 사업구조=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1위와 2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무려 44%에 달한다.

반면 나머지 70~80%를 차지하는 시스템LSI 분야는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 르네사스, 퀄컴 등 해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이닉스가 최근 시스템LSI 일종인 CMOS 이미지센서 분야에 진출하고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을 강화하는 등 뒤늦게 시스템LSI 분야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매그나칩 등 국내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시스템LSI 품목은 디스플레이구동칩과 CMOS 이미지센서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됐다. 특히 이들 품목은 이미 시스템LSI 가운데서도 다품종 소량생산의 고부가가치가 아닌 소품종 대량생산에 의존함으로써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분야에 속한다.

CMOS 이미지센서가 기존 카메라폰에서 벗어나 자동차와 의료장치, 보안, 웹켐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처가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분야 1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마저도 최근 이미지센서사업부를 분사시키는 등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은 분야다.

삼성전자가 최근 강화하고 나선 휴대단말기(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시 TI와 퀄컴, 마벨 등 해외 업체들이 최대 수요처인 휴대전화용 AP를 장악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내비게이션과 MP3플레이어 등 일부 AP 분야에서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홀로서기 힘든 시스템LSI 중소기업= 우리나라가 휴대단말기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움직임에 따라 엠텍비젼코아로직, 텔레칩스 등 휴대단말기용 시스템LSI만을 개발하는 반도체설계 전문기업(팹리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200여개로 추산되는 국내 반도체설계 전문기업들 가운데 제대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10분의 1인 20여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CDMA 휴대폰 모뎀칩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 퀄컴으로 대변되는 반도체설계 전문기업들은 시스템LSI 개발만을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형태의 사업을 전개,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제품을 발 빠르게 시장에 내놓아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형 팹리스 업체를 제외하면 초기 시장 장악에 성공한 반도체설계 전문기업들은 후발로 나선 대기업들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등에 밀려 또 다시 차기 제품을 개발하거나 신사업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도체설계 전문기업들은 차기 제품 개발과 신사업 추진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만 한다.

반도체설계 전문기업들은 이러한 이유로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의 전략적인 제휴 및 투자를 유치하는가하면, 나아가 피인수되기도 하는 등 최근 그 태생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하이닉스가 최근 CMOS 이미지센서 업체인 실리콘화일 지분 3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이닉스는 실리콘화일 이외에도 휴대전화용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피델릭스의 지분 10%가량을 인수하고 전략적 협력을 체결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용 반도체 전문업체인 티엘아이의 지분 13%를 인수했다. 보광그룹은 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설계 전문기업인 코아로직의 지분 31.12%를 계열사인 STS반도체통신을 통해 인수했고 동부하이텍은 LCD구동칩 업체인 토마토LSI의 지분을 36%가량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설계 전문기업들이 이렇듯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피인수되는 등 사례가 발생하는가하면 다윈텍과 펜타마이크로 등과 같이 대표가 보유한 주식 전량을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시스템LSI 위탁생산 기반도 열악해= 반도체설계 전문기업 이외에 이들 업체로부터 시스템LSI를 받아 생산만을 하는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를 비롯, 시스템LSI 조립(패키지)과 검사(테스트) 등 후공정 분야까지 시스템LSI 분업화가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산업으로 태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스템LSI 분업체제는 성공모델인 대만과 비교해 볼 때 아직은 아쉬움이 많다. 대만 반도체설계 전문기업인 미디어텍, 썬플러스 등이 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와 2위인 대만 TSMC, UMC와 시스템LSI 분업화를 통해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등 체계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우리 기업들은 부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시스템LSI 위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동부하이텍은 투자자금 조달 등의 어려움으로 공장 증설 등 신규 투자가 동결된 상황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40%가량을 시스템LSI 위탁생산에서 내고 있는 매그나칩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 밖에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해 반도체 업계, 특히 시스템LSI 분야에 필요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여기에 인재 육성을 위한 제대로 된 인프라와 인력육성 체계도 없는 게 우리나라 시스템LSI 산업의 현실이다.

신백규 실리콘화일 사장은 "우리나라 시스템LSI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와 관심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막 싹이 튼 우리나라 시스템LSI 산업의 성장세가 조기에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오동희 팀장, 김진형 기자, 강경래 기자, 김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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