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멈 병수발 나라서 해준다네요"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08.07.01 09:07

孝 품앗이, 노인장기요양보험<1-1>

"어쩌겠어, 다 내 복이지. 그래도 저분들이 도와주니까.."

제주도에 사는 고OO 할아버지(70세)는 요양보호사가 찾아온 뒤로 큰 짐을 덜었다. 아내의 표정도 훨씬 밝아진 것 같다. 전보다 산책을 자주 할 수 있고 옷차림도 말끔해졌다.

고OO 할아버지의 아내 김△△할머니(69세)는 3년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몸동작이 느려지고 오후에는 팔.다리의 떨림이 심해져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렵다.

할머니를 돌보며 집안일도 도맡아 하는 할아버지 역시 중풍으로 오른쪽 팔·다리가 자유롭지 못하다. 무리해서 움직이다가 자칫 넘어질까봐 할아버지는 걱정이다. 자신마저 어디가 잘못된다면 남의 부축없이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아내를 돌볼 사람이 없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하루종일 의자에 앉혀 놓는다. 의자 앞에는 TV가 있고 방문은 활짝 열려 있다. 집안일을 하는 도중 틈틈히 할머니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오후가 되면 제대로 앉아있기 어려울 정도로 할머니의 떨림증상이 심해질 때도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동네 친구들을 보러 갈 자유시간 조차도 없다. 근처에 살고 있는 큰아들 내외가 수시로 들러 도와지만 힘에 부친다.

"목욕같이 힘든 건 아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반찬은 며느리가 해놓고 가고. 근데 제 밥벌이 잘하는 자식들한테 생업 포기하고 어머니 돌보라하겠어."

도우미를 부르려해도 비용이 문제다. 한달 생활비 50만원으로는 부부의 약값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고 할아버지는 설명했다.

이런 딱한 사정은 2년전부터 개선됐다. 제주도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다. 할머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로 선정돼 혜택을 받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2번 찾아와 청소, 밥하기 등 부엌일을 돕고, 할머니를 목욕시키는 등 방문요양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1번씩은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방문간호 지시서에 따라 가정을 방문해 투약 등을 지도하는 방문간호 서비스를 한다.


할머니가 부담하는 비용은 전체 비용의 15%다. 방문요양은 1회 방문에 약 2400원으로 한달이면 약 2만원이 된다. 1회 4000원대인 방문간호 서비스를 합치면 한달 3만~4만원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주운영센터의 최은희 주임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아픈 노인으로 인해 생기는 가족의 부담을 줄여줘 사회 기본단위인 가족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며 "방문간호서비스는 가족들의 말보다 전문가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복약지도나 질병관리가 쉽다"고 설명했다.

가족을 대신하는 서비스이지만 가족이 돌보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내용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이 제도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모시고 있는 가족의 부담을 전 사회가 나눠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고령화로 노인성 질환을 앓는 인구가 늘어나는 반면, 핵가족과 맞벌이 가구도 증가하면서 예전처럼 노인부양을 가정의 문제로만 국한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은 65세 이상으로 혼자 생활이 어려운 노인이나 65세 미만이더라도 파킨슨병이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노인이다. 김 할머니처럼 집에서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 생활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비싼 돈을 내고 들어가야 했던 노인요양시설의 문을 일반에까지 넓히고 집에서 할머니·할아버지를 부양하는 가족에는 가사·간호 등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인문제를 사회 전체가 같이 분담함으써 현재 노인을 가족으로 두고 있거나 혹은 미래에 노인을 가족으로 둘 가정의 직접적인 부담을 감소시켜줄 것으로 보건복지가족부는 기대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노인이 된다는 점에서 미래에 닥칠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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