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장관 "한국어에는 사오정이라서요"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8.06.28 19:09

한미 장관회담 기자회견 도중 번역기 고장... 재치로 분위기 풀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3시 한미 장관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3층 국제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과 흰색 진주목걸이, 귀걸이를 착용한 라이스 장관에게서는 카리스마와 함께 당당함이 느껴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먼저 모두발언을 시작하자 라이스 장관은 몇번이나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라이스 장관은 유 장관의 발언을 '영어'로 들을 수가 없었다. 번역기가 고장났던 것.

이후 외교부 대변인과 실무진이 나섰고 번역기는 고쳐진 듯 보였다.

유 장관은 미안하다고 한뒤 모두발언을 다시 이어갔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은 몇초 후 번역기가 고장났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은 또 중지됐다.

짧지만 긴장된 정적이 흘렀다.

미국산 쇠고기와 부시 대통령의 방한 지연 문제, 북한의 원자로 냉각기 폭파 등 양국간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열린 두 장관의 기자회견이었다. 귀한 손님을 모셔놓고 두번이나 번역기가 고장나는 결례를 범한 셈이 됐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장의 썰렁함을 의식 한 듯 이에 한 마디를 던졌다.


"한국어에는 사오정이라서요. 번역기를 사용해야 해서 미안해요.(Our Korean isn't very good. I apolozy we need for the translation.)"

라이스 장관의 이 한 마디에 기자회견장에는 큰 웃음이 번졌다.

이후 번역기는 제대로 작동했고 유 장관은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양국 장관은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을 예정대로 이어갔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양국 실무진 모두 회견을 앞두고 몇번이나 라이스 장관의 번역기를 점검했지만 막상 회견이 시작되자 번역기가 문제를 일으켜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의 능수능란한 대처로 오히려 회견장의 분위기는 밝아졌던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번역기가 작동이 안돼 무척 당황했다"며 "다행히 라이스 장관이 서먹한 것 보다는 잘 대처해줘 굉장히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외교부 청사 주변에는 한 시민단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과 한미 동맹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시위를 벌이기도 해 외교부 안팎으로 '썰렁함'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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