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된 촛불시위, 유모차부대 유아인권 논란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08.06.27 18:33

"'유모차 맘'은 러시안 룰렛"-"절박한 심정에서 그러는 것"

↑지난 6일 촛불시위에 참여중인 유모차 부대.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정부가 결국 미국산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를 강행하면서 촛불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촛불시위에서 이색적이면서도 주도적인 참여자들이었던 유모차부대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유모차 부대는 시위 초기 주로 인도나 시위대 후미에서 유모차를 지키며 시위에 참여해 비교적 안전 확보가 용의했다. 그러나 최근 시위가 산발적인 형태로 격화되면서 유모차에 탄 아이의 위험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다.

심지어 수많은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한 26일 이른새벽 시위 도중 한 주부가 유모차를 앞세워 살수차를 가로막은 상황이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논쟁이 뜨거워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물대포와 소화기를 쏘아대며 강경진압 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충돌 현장에 데리고 나오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또 말못하는 아이가 얼마나 공포감을 느끼겠냐며 유아인권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아고라에 관련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살수차를 가로막은 주부의 신념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경찰 앞에서 자신과 자신의 아이를 내놓는 것은 러시안 룰렛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또 "아이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촛불을 들지 않았냐"며 "폭력적인 경찰앞에 아이를 세우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아무리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더라도 위험에 노출된 공간으로 유모차를 대동했다는 것은 옳은 행동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오죽 절박한 심정이었으면 그랬겠느냐", "문제는 아이 엄마가 아니라 강경진압하는 경찰"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엄마의 마음이 오죽했으면 자신보다 더 소중한 아이를 그 위험한 곳에 데리고 갔겠냐"며 "자신을 위해 시위를 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네티즌은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는 생각에 아마도 죽기살기로 나선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 나도 죽기살기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논쟁 자체를 경계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문제는 시위대를 향해 과격하게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이라며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쳐 아이 엄마를 몰아세우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아이 어머니의 마음은 나라와 아이를 위한 진정한 용기이고, 아이 엄마를 걱정하는 분들은 안타깝게 희생되지 말자는 것"이라며 "우리끼리는 다투지 말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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