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금융주펀드 '인내심 테스트'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 2008.06.30 09:24

꼬리 문 악재, 3개월 수익률 마이너스…전세계 자금은 유입

미국 투자은행(IB)들이 연일 악재를 쏟아내면서 글로벌금융주펀드 투자자들의 맘을 졸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주펀드는 '위기가 기회'라며 역발상 투자의 새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장 상황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악재가 꼬리를 무는 지금이 '바닥'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게 여전히 '빙산의 일각'인 걸까.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7일 현재 글로벌금융주펀드 중 순자산 규모가 큰 '한국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투자은행주식1(A)'의 3개월 수익률은 -13.57%,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주식Class A'는 -19.41%,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주식종류형1-A'는 -5.57%로 나타났다.


이들의 손실은 이미 해외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5.52%)과 비교해도 '민망한' 수준이다.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는 그나마 미국 금융주 비중을 줄이고 일본 및 대만, 한국 시장 비중을 늘리면서 낙폭을 줄였다.

이에 반해 이들 펀드로 자금 유입세는 미미하나마 지속되고 있다. '한국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투자은행주식1(A)'는 지난 17~26일 13억2000만원을 비롯해 한 달동안 53억8000만원이 들어왔다. 글로벌금융주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모두 100억원에 이른다. 거치식이라기 보다는 3년 정도 장기 투자를 계획한 이들이 적립식으로 돈을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도 금융섹터는 자금이 수혈되는 추세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EPFR)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한 주간 5억600만달러가 들어오는 등 4주동안 모두 35억5800만달러(3조7000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미국 금융 섹터로 들어간 금액은 34억6900만달러에 달한다.


김순영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주 시장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5월 3주간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달리 6월 들어선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도 유입되고 있고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투자의 정석이라지만 문제는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바닥이 어디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

지난 주 골드만삭스는 씨티그룹이 2분기 89억달러를 추가 상각할 것이라며 씨티와 메릴린치의 2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했다. 이에 앞서 골드만은 실적 개선에 대한 자체 전망이 잘못됐다며 금융주 비중 축소를 권유했고, 신용 위기는 내년까지 정점을 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까지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메릴린치와 UBS의 2분기 실적 예상치를 내렸고, 월가의 한 쪽집게 애널리스트는 채권보증업체 MBIA 및 암박 신용등급 하향으로 씨티와 메릴린치, UBS가 100억달러 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미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분기 28억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밝힌 상태다.

곽병열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금융주 위기가 궁극적으로 개선되려면 주택시장 자체가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주택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아 '바닥'으로 보긴 아직 어렵다"며 "미국 경기가 회복하는 건 사실이지만 정황만 놓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대우증권 펀드리서치 파트장도 "월가 은행들의 자기 평가 방법도 제각각이고 부실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예상보다 서브프라임 파장이 길어지고 있어 개혁적인 이벤트가 있지 않은 한 반등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파트장은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자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반면 황진수 하나UBS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단기적으로는 서브프라임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게 가지고 내년쯤 시장상황과 글로벌 금융주의 향방을 생각해보면 지금이 오히려 가격 메리트가 큰 매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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