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본전을 뽑으려면…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8.06.28 10:24

고대 구로병원 백세현 교수 "무조건 고가 검사는 낭비"

직장인이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지내고 녹초가 돼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과연 내 몸이 날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멀쩡하던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환자의 모습으로 눈앞에 서는 상황도 겪어본 적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단체로 시켜주는 건강검진 후 결과를 기다리며 내심 긴장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건강'은 내가 원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의 주 사망원인인 암과 뇌졸중, 고혈압, 당뇨 등 대사질환은 몸을 망가뜨리게 되는 순간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지만 마음만 있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검진이 대중화되며 검사항목은 물론 패키지프로그램까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나에게 맞는 검진항목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가 '실속'있는 검진의 관건이다.

백세현 고려대 구로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사진. 내분비내과 교수)은 "'실속'있는 검진은 본인이 자신의 몸 상태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건강증진센터는 병원 본관 리모델링과 함께 새 단장, 오는 7월 3일 본격운영에 들어간다.

백 교수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고가의 검사를 무조건 하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라며 "가족력이나 생활습관 등 자신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있어도 훨씬 효과적인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기본검진은 심전도와 가슴 X-선 촬영, 상ㆍ복부 초음파, 위 내시경, 혈액검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심장의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폐결핵, 폐암 , 간암 등 상복부 내 질환, 소화기 질환, 고지혈증, 신장 기능, 에이즈, 당뇨 등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의 질환을 파악할 수 있다.

백 교수는 "별다른 가족력이 없고 비만이나 흡연 등 성인병 위험인자가 없는 사람이라면 기본검진만으로 충분하다"며 "한꺼번에 많은 검사를 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몸의 변화를 점검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기본검진만으로는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때 추가로 진행하는 검사는 저선량 가슴 컴퓨터 단층촬영(CT), 갑상선 및 경동맥 초음파, MRI, PET 등이다. 여성의 경우 유방초음파, 남성의 경우 전립선초음파가 포함된다.

저선량 가슴 CT는 폐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한 검사로 흡연자들이라면 꼭 추가해야 한다. 흉부 X-선 촬영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폐 주변부 작은 크기의 결절까지 확인할 수 있다.

↑심전도 검사 모습.
갑상선 초음파는 초음파의 반사되는 정도를 통해 갑상선질환 유무를, 경동맥 초음파는 목 앞쪽에 위치한 경동맥을 통해 혈류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뇌졸중 위험이 있을 경우 예측하는데 도움을 준다.

MRI는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 영상화해 각 장기의 질환을 진단하는 검사다. 보통 뇌나 뇌혈관의 진단에 사용한다. 따라서 가족 중 뇌졸중 등의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거나 이상소견이 있을 경우 해보는 것이 좋다. PET는 악성종양에서 포도당 대사가 정상세포보다 증가한다는 성질을 이용해 악성종양을 진단하는 검사다. 전신을 대상으로 암의 진행 상태나 잔여 암을 찾는데 효과적으로 이용된다.


유방초음파는 유방 X-선 검사에서 암이 의심될 때 2차적으로 진행하는 검사다. 유방조직이 치밀한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X-선 검사보다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한다. 전립선초음파는 전립선암을 발견하기 위해 진행하는 검사다. 소변을 보고도 방광에 소변이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거나, 소변을 볼 때 생각보다 늦게 나오는 증상이 있을 경우 받아봐야 한다.

추가검사항목을 보다 효율적으로 선택하기 위해 백 교수는 "기존에 병원에 다녔던 기록 등을 첨부하면 효과적"이라며 "검사 전 문진 과정에서의 설문에도 최대한 정확하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40대 이상부터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TIP. 건강진단표 해독하기

△혈압검사
보통 140/90㎜Hg 이상이 지속되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심장병 등 여러가지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므로 지속적인 혈압관리가 필요하다. 저혈압도 문제다. 혈압이 갑자기 110/60㎜Hg 이하로 뚝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은 쇼크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치료가 필요하다.

△혈액검사
혈액검사는 혈액 내 혈색소, 혈소판, 혈당, 알부민 등의 수치를 통해 몸의 이상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다. 헤모글로빈이라도 불리는 혈색소는 인체조직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것으로 남자는 13g/㎗이상, 여자는 12g/㎗이상을 정상으로 본다. 혈소판은 피를 멈추게 하는 기능을 하며, 15만~40만개/㎕가 적당하다. 혈당은 피 속 포도당 농도를 나타내며 126㎎/㎗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알부민은 혈액에서 삼투압을 유지하는 구실을 하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3~5g/㎗ 안팎을 정상으로 본다. 간 기능이 떨어지거나 영양이 결핍되면 알부민이 감소한다.

△소변검사
소변검사는 요당과 요단백, 요잠혈을 통해 몸 상태를 진단한다. 요당은 오줌 속 포도당 농도를 말하는 것으로 적정치를 넘어서면 당뇨병을 의심, 혈당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요단백은 오줌에서 단백질이 검출되는 것을 말한다. 적정치 이상일 경우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다. 요잠혈은 소변에서 적혈구가 검출되는 것으로 양성이면 신장이나 방광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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