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지분율 바꾸자" 게이츠의 직선적 성격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6.27 10:52

[굿바이 빌게이츠③]'윈도우95'로 최고부자 길 열어… 자선사업으로 제2의 인생

◇ 도스를 버리고 윈도우 선택

1990년대 중반 '윈도우95'가 출시되면서 윈도우는 도스를 대체하는 운영체제로서 컴퓨터 사용자들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게이츠는 사실 도스가 한창이던 1983년부터 MS내 '윈도우 개발팀'을 두고 차세대 운영체제 개발에 막대한 재원을 들여왔다. 언젠가는 도스를 대체할 차세대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였다. 윈도우95가 출시되기 이전까지 여러차례 윈도우를 출시했지만 도스 체제 내에서 가동되는 응용프로그램에 불과하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게이츠에게 이 같은 반응은 예상된 비판이었다. 어차피 게이츠의 목표는 윈도우 95를 향해 있었고, 이전에 출시된 윈도우는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중단단계에 불과했다.

윈도우95가 출시되자마자 시장에선 엄청난 호평이 쏟아졌고, 뉴욕증시에서 MS는 연일 상종가를 달렸다. 도스는 이제 쓰레기통에 처박힐 운명에 처했고, MS는 '포스트도스' 시대를 열어갈 신(新)운영체제를 발굴해낸 쾌거를 이룩했다. 또한 윈도우95의 대성공으로 게이츠는 세계 최고 부자의 위치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윈도우와 도스의 가장 큰 차이는 명령어 입력 방식에 있다. 도스가 텍스트를 입력해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었다면, 윈도우는 아이콘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컴퓨터에 명령을 내린다. 동시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놓고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윈도우만의 강점이다. 그동안 도스는 한번에 하나의 프로그램만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윈도우의 출현은 PC의 대중화 선언이었다. 이제 PC는 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있고, 나아가서는 시대에 뒤쳐질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됐다.

1980년대 초 IBM과의 독점 계약으로 컴퓨터 운영체제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MS는, 이처럼 이후 내놓는 플랫폼과 기술마다 세계 컴퓨터 시장을 흔드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

◇글로벌 스탠다드 MS, 독과점법 위반 위기

도스에 이은 윈도우 출시로 글로벌 스탠다드 지위에 오른 MS는 절대권력을 누렸다. 이는 필연적으로 '저항'을 낳았다. 1990년대 중반 미 법무부는 윈도우 98이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MS를 제소했다.

또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윈도우미디어 프로그램을 끼워판 것도 위법시비가 붙었다. MS 익스플로러 시장점유율이 9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MS의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이 같은 끼워팔기를 행위를 EU에 제소하기도 했다. 미국 사법부는 MS의 손을 들어줬지만 EU 사법부는 MS가 독점금지명령을 어겼다며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손을 들어줬다.

게이츠는 경쟁상대를 철저히 차단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시장내 경쟁을 인정하지 않는 독불장군!

◇워커홀릭, '생각주간'을 통한 치료


게이츠는 일 중독자다. 하루 18시간 일을 한다. 그리고 시간 낭비를 극도로 싫어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중언부언하면 즉각 "내 시간을 뺏지 말라"고 말할 정도다.

성격도 직선적이다. MS를 창립할 당시 게이츠는 고교동창 폴 알렌과 지분을 50대 50으로 나누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업무 강도나 사업 계획에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지분이 불공평하다고 느낀 게이츠는 알렌에게 지분을 65대 35로 변경할 것을 제안해 관철시켰다.

그의 직선적인 성격은 MS 회의 때도 드러난다. 그는 회의 도중 발머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중역들 보는 앞에서 냉소적인 어투로 무안을 주기도 한다. 한 번은 회의 중 게이츠가 중역들을 공격하는데 발머가 나서 이들을 옹호하자 화를 못이기고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게이츠의 힘은 통찰과 창의성이다. 게이츠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일년 중 정기적으로 아무도 없는 별장으로 들어가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생각주간(Think Week)을 갖는다. 이 기간 중 게이츠는 누구의 간섭, 방해도 없이 혼자 밀렸던 책과 보고서를 꼼꼼히 읽는다. 고갈된 아이디어를 재충전하기 위해서다. 식사도 배달시켜 먹으면서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주간에 대한 게이츠의 기대는 마치 휴가를 기다리는 직장인의 그것과 같아서 생각주간이 다가오기 몇 달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 자선사업으로 제 2의 인생 시작

게이츠는 27일 MS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아직 53세에 불과한 게이츠에게 '은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새출발'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게이츠는아내 멜린다와 함께 설립한 자선사업단체인 '빌 앤드 멜린다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통해 자선사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지난 30여년간 돈을 버는데 전력을 다해왔다면 남은 인생은 돈을 가치있게 쓰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 자선행사 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발머(왼쪽)와 게이츠(오른쪽)
그는 평소에도 "돈이 많다는 것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타이틀은 기쁜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이전부터 사회공헌을 약속해왔고, 2000년 '빌 앤드 멜린다 재단'을 설립해 지속적으로 거액을 기부해왔다. 자신규모 261억달러에 이르는 빌 앤드 멜린다 재단은 교육과 말라리아 퇴치등 의료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게이츠와 1, 2 위 거부 지위를 경합하는 워런 버핏은 빌앤드멜린다 재단에 300억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버핏은 "게이츠의 뛰어난 능력이라면 전세계 기아와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기부의 배경을 설명했다. 버핏이 보기엔 자기 자신보단 게이츠가 인류복지를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부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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