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유가 "올여름엔 170불도"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6.27 07:47

유가 장중 140불 돌파… 달러 약세가 유가 급등 주요인

한동안 잠잠하던 유가가 26일(현지시간) 또 다시 급등하며 장중 한때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 불안심리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빌미가 생길때마다 유가가 요동을 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리비아가 감산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이날 유가 급등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이 올 여름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유가 급등세에 불을 붙였다.

여기다 달러약세까지 겹치면서 결국 유가는 배럴당 5달러 이상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는 결국 달러 약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8월인도분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3.8%(5.09달러) 급등한 배럴당 139.6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140.39달러까치 치솟기도 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 가격 역시 런던 ICE선물유럽거래소에서 전날보다 4.1%(5.50달러) 오른 배럴당 139.83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역시 140.5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처음 14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급등 소식은 뉴욕 증시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며 다우지수를 무려 358.41포인트나 끌어내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 리비아 "감산은 미국 탓"

리비아는 미국이 테러 피해자들이 외국 자산을 보상으로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에 반대해 원유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리비아는 하루 평균 18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이는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2.2%에 불과한 수준이다.

리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내셔널 오일 코프의 쇼크리 가넴 회장은 미국 의회가 지난 1월 리비아 관련 테러 피해자 가족이 리비아 자산을 압수할 수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함에 따라 결국 생산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미 워싱턴에는 리비아 자산 압수에 관한 2개의 소송이 제기된 상황이다.


가넴 회장은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해서도 이 법안을 적용할 경우 OPEC 역시 감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배럴당 150달러의 유가는 이제 막 시동을 걸었으며 곧 현실화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서밋 에너지의 애널리스트인 브래드 샘플스는 "리비아의 발언이 유가를 급등시키는데 효과를 발휘했다"면서 "리비아는 생산의 2% 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지금처럼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공급 감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차킵 켈릴 OPEC 의장 역시 유가에 불을 붙였다. 켈릴 의장은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 달러화는 유로에 대해 약세를 나타낼 것이며 이는 투자자들을 원유 시장으로 끌어모을 것"이라며 "올 여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켈릴 의장은 "유가는 올 연말 쯤 수그러들 것"이라면서도 "이란에서 석유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잠재적인 우려가 유가를 배럴당 200~400달러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7월부터 매일 배럴당 20만배럴을 증산키로 했지만 시장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ECB 금리인상 전망 달러 약세, 원자재지수도 사상 최고

카메론 하노버의 피터 뷰텔 사장은 "ECB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또 다시 금리를 인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불러온다"면서 "결국 달러 약세는 유가 상승세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CB는 7월 5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FRB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2%로 동결했다. 이 같은 상대적인 금리 격차는 달러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느 ㄴ요인이다.

필 플린 아라론 트레이딩 에너지 트레이더는 "FRB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은 급등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면서 "FRB가 곧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밝히지 않은 점이 원유시장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는 유가 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급등세도 유발하고 있다. 이날 19개 원자재로 구성된 로이터 제프리스 CRB 지수 역시 전날보다 2.5%(11.13포인트) 급등한 463.27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한때 463.41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이터 제프리스 CRB지수는 지난 1년간 49%나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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