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공장 주변 환경질환자 '13배'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06.27 11:59

국립환경과학원 지난해 조사… 환경부 알고도 3개월째 '쉬쉬'

국립환경과학원 조사결과,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 중 절반이 만성기침, 만성가래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초등학생은 25%가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이는 시멘트 공장 비인근 지역보다 3~13배 높은 수치다.

그러나 환경부는 3개월 전 결과를 보고 받고도 "주민 질환이 시멘트 공장 분진 때문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발표와 대책 마련을 하지 않아,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본지가 입수한 '영월군 시멘트공장 주변지역 주민조사결과' 보고서는 "시멘트공장 인근지역 주민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천식이나 폐쇄성 폐질환,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등 환경성 질환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9월3일부터 12월31일까지 강원도 영월군 인근 주민 3407명과 초등학생 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건강영향조사를 벌인 결과다.

이 보고서는 "시멘트공장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천명음·천식, 알레르기 비염·결막염·피부염 등 증상 유병률이 높았다"며 "기관지 과민성 양성률도 (다른 지역 초등학생에 비해) 높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들은 지역에 따라 만성기침은 44.9~59.2%, 만성가래는 42~58%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비교지역 즉 영월군 시멘트 공장 지역 바깥의 주민들 중 26.7~27.1%만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것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 27.4%는 1년 중 3개월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고 호소했다. 3개월 이상 가래는 25.5%가 보고했다. 비교지역 주민들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기침이 2.2%, 가래가 8%에 그쳤다.

공장 인근 지역 초등학생들의 피부염과 호흡기 질환도 비교지역에 비해 2~3.9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 초등학생들의 천명음 유병률은 8.9%, 알레르기성 비염은 19.6%였다. 알레르기성 피부염은 25%가 앓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비해 비교지역 초등학생들의 천명음 유병률은 4.7%, 알레르기성 비염은 7.7%, 알레르기성 피부염은 6.4%에 불과했다.

이 보고서는 또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들에게서) 만성폐쇄성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됐고 면역반응, 염증과 관련 있는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됐다"고 보고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러한 결과를 올 3월 '시멘트 소성로 관리개선 민관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보고했다.

협의회는 두 차례의 회의를 통해 "시멘트공장 인근 분진오염에 의해 주민과 어린이들이 건강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시멘트 분진이 호흡기 질환 등 환경성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고 논란이 진행되고 있어서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충북 제천의 주민대표 박광호 씨와 강원 영월 주민대표 최병성 목사는 "환경부가 작성한 대책이 시멘트 업계의 의견만 반영하고 공장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민관협의회를 탈퇴한 상태다.

이들은 “시멘트공장이 인근주민들의 건강을 해쳤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에 대한 시멘트업체의 배상책임을 덜어주는 조치일 뿐"이라며 환경부가 주민 보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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