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의 母子之情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6.26 17:16

[말랑한 경제- 카스테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63)의 부친(1982년 작고)은 생전에 키가 180cm였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상당한 장신이다. 그러나 정작 강 장관은 160cm대다. 강 장관의 모친이 단구셨다. 5남1녀 가운데 가장 '외탁'한 이가 강 장관이다.

강 장관의 학구적인 성향도 모친을 닮았다. 이장을 지낸 강 장관의 부친은 '학자'보다는 '무인'에 가까웠다. 반면 모친은 선비 집안에서 한학을 배우며 자랐다. 강 장관이 어릴 적 소설가를 꿈꾼 것도 모친의 영향이 컸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에도 강 장관의 모친은 합천 해인사에서 불경 공부에 심취했다.

당초 부친은 어려운 형편에 셋째 아들인 강 장관까지 대학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 강 장관이 중·고등학교 시절 가출까지 하면서 부친과 갈등을 빚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왜 형들만 대학에 보내느냐"는 반발이었다. 이 때 강 장관이 공부를 계속하도록 격려한 것은 모친이었다.

때문에 형제 중에서도 강 장관은 모친과의 정이 특히 두터웠다. 부친과 모친이 다툴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 "어머니께 왜 그러시냐"며 부친을 막아선 것도 강 장관이었다. 모친이 해인사에 머문 뒤로 강 장관은 모든 휴가를 해인사에서 보냈다. 강 장관 스스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에도 그랬다.

모친도 강 장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모친이 수십년 간 공부해온 불교를 접고 지난해 기독교로 개종한 것도 강 장관 영향이 컸다. 5남1녀가 기독교 2명, 천주교 2명, 불교 2명으로 팽팽하게 나뉜 가운데 전향을 택한 것이다. 모친이 개종을 결심한 뒤에는 강 장관의 부인이 모친께 기독교 교리를 가르쳤다.

강 장관 모친이 지난 25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기독교로 개종한지 1년, 부군을 먼저 떠나보낸지 26년만이다. 10년간 야인으로 떠돌며 고생하던 셋째 아들이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는 모습을 지켜본 뒤다.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빈소가 차려졌다. 강 장관도 25일 오후 7시부터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았다. 한승수 국무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첫날 빈소를 찾았다.

천수를 누렸다고 하지만 조문객을 맞는 강 장관은 좀체 표정을 풀지 못했다. 해인사에서 모친과 함께 휴가를 보내던 이야기를 할 때에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셋째 아들이긴 하지만 둘째 형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상가에서는 강 장관이 두번째 상주다.

그럼에도 강 장관은 26일 잡혀있던 경제5단체장과의 조찬 간담회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상중이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관으로서 예정된 일정은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강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뒤 다시 빈소로 돌아가 조문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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