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의 외화자금 수급사정은 지난 4, 5월보다 다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A은행 자금부장은 "지난 4월보다는 좋아졌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만큼 어려운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B은행 자금부장도 "단기물의 경우 지난달까지 수급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이달 들어 1개월물 자금은 잘 돌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3·6개월 물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단기 외화자금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나, 장기채의 경우 최근 한 은행이 발행에 나섰다가 맨손으로 돌아올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어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은 최근 조달시장이 신용리스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한동안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신용등급이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공기업의 경우 해외채권 발행에 큰 문제가 없지만, 신용등급이 BBB급인 일반기업들은 처지가 다르다"며 "투자자들은 매우 높은 신용등급이 아닌 경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일부에선 투자적격인 BBB등급도 불안하게 본다"며 "투자자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BBB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매우 제한돼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조짐이다. BBB등급인 SK에너지는 지난 12일 4억5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 조건은 만기 5년에 금리는 라이보(런던은행간 금리)+275bp였다. A등급인 신세계도 지난 20일 3년 만기로 2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미드 스와프금리에 210bp를 더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지난해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대해 높은 스프레드(가산금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자금시장의 유동성은 충분하지만 '프라이싱'(가격)이 문제"라며 "만기 도래 채권이 있는 경우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라도 발행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구할 엄두를 못내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은행 문을 두드리게 되는데, 스스로 자금 부담을 느끼는 은행들이 이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 C은행 자금부장은 "현재 은행도 (외화)자금 부담이 크다"며 "이 때문에 기업들의 외화 여신에 대해 한도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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