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2인자' 발머 "빌게이츠 이용하겠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6.27 11:03

게이츠 은퇴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이끌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그 동안 "게이츠를 이용하긴 하겠지만, 게이츠가 필요하지는 않도록 하겠다"고 말해왔다.

발머는 1980년에 MS에 합류해 2000년 게이츠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 받을 때까지 20년간 MS의 2인자로 판매 분야를 담당했다.
2000년 당시 반독점 공세에 시달리던 MS는 명목상 권력 이양을 시도했다. 2000년 1월 게이츠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최고 소프트웨어 개발책임자란 생소한 직책을 맡으면서 적어도 명목상으론 발머 보다 하위 직급자가 됐다.

이같은 어정쩡한 상황 속에 둘 사이의 역할 부담도 분명하게 이뤄지지 않아 게이츠와 발머는 게임기 엑스박스 개발과 윈도우 소프트웨어의 미래 전략 등 핵심 사업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자신이 CEO직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게이츠의 월권 행위가 계속되며 MS의 핵심현안들은 자꾸 뒤로 미뤄졌다. 중역들이 MS 초기 주요 투자자였던 데이브 마쿼트를 중재자로 내세워 두 사람의 역할정리에 나설 정도로 내홍은 컸다. 결국 두 사람의 부인들까지 나서 종용한 끝에 2001년 2월 합의가 이뤄졌고 이후 게이츠는 경영에서 2인자로 물러나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게이츠가 완전히 경영에서 은퇴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여년간 애플의 스티브 잡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등 은퇴했던 기업 설립자들은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속속 경영일선으로 되돌아왔다.

경영컨설팅 전문가인 데이비드 내들러는 "회사 설립자들은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이는 나 뿐이다는 ‘구세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스티브 발머 체제의 성공적 안착은 게이츠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머도 이를 의식한 듯 '포스트 게이츠'에 대비, 독일 사상가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사라진 이후의 조직 장악법'을 깊이 탐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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