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ECB로 관심이동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6.26 08:13

美중소형 금융기관 위기 막 시작

편집자주 | - FRB 사실상 기권 - ECB 금리인상시 증시 우려

지난해 9월(재할인률 인하 감안시 8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인하 행진이 종료됐다.
전날 미 공개시장회의(FOMC)에서 연준(FRB)은 연방기금금리(FFR)를 2.0%로 동결했다.

FRB는 발표문에서 "경기하강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감소하고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 위험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 위험이 여전한 상태지만 인플레 우려 때문에 금리를 더 이상 낮추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FRB의 관점이 성장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 터키, 남아프리카, 폴란드, 노르웨이 등이 이달 금리를 인상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번 정책결정회의에서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던 트리셰 ECB총재가 유로지역의 인플레 우려 발언을 계속 내놓고 있는 것에 비추어 오는 3일 ECB의 금리인상 여부가 FRB 입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FOMC에서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인 리처드 피셔가 금리 인상을 주장한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변수다.
FRB가 당장 금리인상에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여타 국가의 금리가 인상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가 동결상태를 유지한다면 미달러와 국채수익률은 다시 하락할 수 있다.

이는 국제유가(WTI) 앙등세를 잡기 위한 수단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약달러에 대한 보상심리로 급등하는 WTI 오름세를 막고자 미달러를 강세로 만들고 국채수익률을 높이면서 주가 밸류에이션 결정 과정에 도움을 주던 최근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가 글로벌 화두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에 이어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에 대한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지방은행의 부실 가능성마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영향을 덜 받았던 미국 지방은행들은 홈에쿼티론과 건설프로젝트 관련된 채권에 부실이 심각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금융관련 여신전문기관도 문제다. 주택가격 붕괴로 곤경에 빠진 채무자들이 자동차 할부금을 체납하는 가운데 자동차 판매가 악화되고 중고차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자동차 할부금융회사의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형 은행 부도시 카운터파티 리스크로 인한 시장 시스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FRB가 직접 개입하고 있지만 수많은 중소형 지역은행이나 여신전문기관까지 일일이 구제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브프라임 사태 촉발로 대형 상업은행의 대출태도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본확충이 난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부실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자본확충능력을 보여준 대형은행과 달리 중소형 금융기관의 위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면서 "그 규모가 확대된다면 지역 경제로 파급되면서 소비자 금융과 주택경기에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다우지수는 FOMC 금리 인하 동결 결정 직후 0.99%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다가 곧바로 급락하며 -0.1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S&P500지수는 0.58% 상승 마감했지만 장중 최고치(+1.62%)에 비해서는 상승폭을 1% 이상 내줬다.

지난 4월30일 FOMC에서 상승분을 모두 토해내고 하락 마감했던 다우와 S&P500 지수가 다음날 급등했던 일이 되풀이된다면 우려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발표 예정인 1분기 성장률(GDP) 확정치와 5월 기존주택판매 지표가 주가 상승 모멘텀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나흘만에 하락한 WTI가 내림세로 방향을 굳히면서 증시 상승 발판을 마련한다면 모를까 코스피시장에서 13일 연속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행진이 끝날 것으로 예상할 재료가 만만치 않다.

외국인은 전날 장에서도 삼성전자(-770억원)와 LG전자(-307억원)를 순매도한 것을 비롯 전기전자 업종에 1232억원의 매물을 퍼부었다.
시총1위 대장주와 올해 최고의 우량종목으로 손꼽혔던 LG전자가 힘을 쓰지 못해서는 증시 관점을 좋게 가져가기 어렵다.

애널들이 기대하고 있는 7월 실적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ECB가 금리 인상의 포문을 열면서 성장은 뒷전이고 인플레가 화급한 문제인 것으로 확정된다면 PER(주가순익배율)이나 PBR(주당순자산가치), 그리고 기업어닝을 따지는 주가 밸류에이션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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