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일관제철소 노하우, 베트남 녹인다"

반퐁지구(베트남)=진상현 기자 | 2008.06.26 09:00

포스코 베트남 일관제철소 부지 반퐁지구를 지역을 가다

"회장님, 앞으로 10년 안에 일관제철소를 하나 더 지어야 합니다"

몇 해 전 포스코의 한 부장은 이구택 회장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광양제철소 건설의 주역들이 현재 50대. 이들이 남아있을 때 일관제철소를 추가로 지어야 한다는 게 얘기였다.

2008년 6월 현재. 포스코는 베트남과 인도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상 존재하는 일관제철소 중 가장 최근 작품이자, 세계 최대인 광양제철소를 지어낸 포스코가 이제 그 무대를 세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 조청명 포스코 베트남프로젝트 추진반장이 일관제철소 예상 부지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베트남 일관체철소가 추진되고 있는 베트남 반퐁만 지역을 찾은 것은 지난 25일. 베트남 남부 냐짱시에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리자 더 넓은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포스코가 베트남내 탐색 가능한 모든 항만지역을 조사해 최적의 제철소 부지로 결론 내린 반퐁만이다.

반퐁 지역은 수심이 평균 20미터로 베트남 내 어느 해안보다도 깊다. 원료와 제품을 실어 나를 20만톤급 이상의 대형선박이 무리 없이 드나들 수 있다.

혼곰(Hon Gom)반도가 자연방파제 역할을 해 3~5킬로미터에 달하는 방파제를 따로 건설할 필요도 없다. 이로 인한 건설비용 절감분만 3억~5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제철소 건설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태풍의 영향이 거의 없고 평균 강우량도 1300밀리미터로 베트남 지역에서 적은 편이다. 경제특별구역 내에 위치해 있어 세제 지원 등 혜택도 풍부하다.

조청명 포스코 베트남프로젝트 추진반 반장은 “반퐁만의 입지조건은 깊은 수심과 섬들로 둘러싸여 광양제철소가 있는 광양만을 옮겨놓은 듯 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지을 일관제철소 부지는 반퐁 경제자유구역 내 약 942헥타르. 포항제철소 부지 보다 약간 작은 규모다.

↑ 공장부지 지도
포스코는 우선 50억달러를 들여 연간 4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와 1000㎿급 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다.

1단계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비슷한 규모로 제철 설비를 더 늘려 철강 생산능력을 연간 800만톤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2단계 공사까지 총 투자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런 내용들을 포함한 사업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이달 초 베트남 정부에 제출했다. 8월 중 베트남 수상의 동의를 받아 10월까지 사업 허가를 받는다는 목표다.

현재 포스코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인프라 지원이다. 제철소 건설 및 운영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도로, 철도 시설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력은 발전소를 직접 짓되 베트남 정부쪽에 잉여 전력에 대한 판매처를 확보해줄 것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용수, 도로, 철도 문제도 원칙적으로 베트남 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8월 베트남 남부 호치민시 인근 붕따우성 푸미2 공단 내에 추진 중인 12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 건설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55% 정도. 내년 9월 완공 예정이다. 완공되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냉연공장이 된다.

↑ 포스코가 베트남에 건설중인 냉연공장 전경.
이 냉연공장에서는 고급건자재용 소재인 냉간압연강대 50만톤과 오토바이, 상용차 드럽용 중고급 냉연제품 70만톤을 생산하게 된다. 총 투자비는 4억9100만달러다.

반퐁지역의 일관제철소가 완공되면 120만톤에 달하는 소재도 직접 공급을 받게 된다. 2단계로 오는 2012년까지 연산 300만톤 규모의 열연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포스코가 베트남 시장 진출에 이처럼 적극적인 것은 급성장하는 베트남 철강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다 전체 동남아시아 시장도 사정권내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철강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07년 베트남의 철강수요는 전년에 비해 30% 급증했고 올해도 15~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 호치민 등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건설수요 증가와 베트남 정부의 인프라 개발 마스터플랜에 근거한 도로 철도 항구 전력시설 등과 관련된 철강자재 수요에 기인한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도 가전 자동차 조선산업 등 철강 수요산업의 동반성장 등에 힘입어 철강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베트남 자체 철강공급 능력은 그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철강제품 소비량의 40~5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특히 열연 강판과 후판 등 직접 쇳물을 만들어 생산하는 상공정 관련 제품들은 100%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베트남 인근의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철강 생산 능력도 아직 미미하다.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포스코 외에 중국, 대만 등 다른 외국 기업들도 베트남 철강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철강회사인 상해보강과 무한강철은 각각 베트남 인근 지역인 중국 광동성과 광서자치구에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만 석유화학업체인 포모사그룹도 포스코에 앞서 베트남 정부로부터 일관제철소 설립 승인을 받았다.

조청명 반장은 "베트남 철강시장에서는 중국 철강회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일관제철소를 지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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