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강물 마시는 시장님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8.06.30 10:16
"디자인사업은 뉴타운사업과 다릅니다"

최근 서울시가 주최한 한 특강에서 오세훈 시장이 한 말이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사업'은 단시간에 눈에 띄는 사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음달 1일이면 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정확히 2년이 되는 오 시장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말로 해석된다.

오 시장은 취임이후 지금까지 많은 일을 했다. '창의시정'을 내세우며 공무원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디자인서울 프로젝트, 장기전세주택사업, 한강르네상스, 남산르네상스,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등 추진하고 있는 굵직굵직한 사업만 해도 10여 가지가 훨씬 넘는다.

하지만 적잖은 시민은 오 시장이 보여 주기 위한 '전시행정'을 펼친다고 비판한다. 피부로 느낄 만큼 서울 생활이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컨설팅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올해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86위를 기록했다. 오 시장이 경쟁도시라고 언급했던 싱가포르(32위)나 도쿄(35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시민들이 느끼는 서울 생활의 불편함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 오 시장은 사석에서 지난달 한강에서 열린 서울국제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오 시장은 "한강에서 수영을 하다가 물을 몇 모금 마셨는데 맛이 좋았다"며 "더러운 줄만 알았던 한강물이 너무나 깨끗해 놀랐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러한 서울의 변화를 시민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임기 4년의 오 시장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남은 기간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향이 맞다고 해서 1000만명의 시민들을 무조건 끌고 갈 수는 없다. 매일 밤 시청 앞 서울광장에 켜져 있는 수천 개의 촛불의 의미를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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