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시멘트 대책, 시멘트업계 편들기용?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06.25 16:09

'폐기물시멘트 민관협의회'에서 주민대표 일괄탈퇴

↑ 국내 모 시멘트 업체의 시멘트 소성로 사진. 왼편 가로로 길게 놓여
있는 것이 소성로로, 이 안에서 석회석은 물론 석탄재·폐타이어 등
일반폐기물에서 폐유·폐냉매 등 지정폐기물까지 뒤섞여 혼합된다.


폐기물 시멘트 관리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관협의회의 주민대표들이 일괄 탈퇴했다.

환경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도외시하고 시멘트 업체들의 의견만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합의문안을 강요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충북 제천 주민대표로 협의회에 참석해왔던 박광호 씨는 지난 24일 경기 과천시 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에서 열린 제7차 민관협의회 회의에서 협의회 탈퇴를 선언했다.

강원 영월 주민대표였던 최병성 목사가 지난 4월말 6차 회의 때 탈퇴한 데 이어 이번 박 씨의 탈퇴로 협의회에는 주민대표자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게 됐다.

정부-업계-주민 등 협의회를 구성하는 실질 이해당사자들 중 한 축이 아예 빠져버린 셈이다.

◇민간대표 빠져도 최종안 나오나= 지난 2년간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석회석을 굽는 데 쓰이는 ‘소성로’에 폐타이어, 석탄재, 건설·하수오니 등 일반 폐기물은 물론 폐유, 폐냉매, 자동차·항공기 부동액 등 지정폐기물까지 뒤섞여 만들어진 폐기물 시멘트에 대해 유해성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이해당사자들과 학계·시민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민관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는 지난 4월 말까지 시멘트공장 인근주민 건강영향평가, 폐기물 시멘트 유해성 조사 등 6차례에 걸쳐 회의를 벌인 바 있다.


이날 회의는 그간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환경부가 작성한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개선계획(안)’ 을 최종 검토하기 위해 열렸던 것.

환경부는 주민대표가 모두 빠진 채 진행된 이날 회의를 마지막으로 폐기물 시멘트 관련대책 최종안을 마련해 다음달 7일 주민설명회를 거쳐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협의회 참가자들은 "주민대표가 빠진 상황에서 진행되는 협의회는 이미 협의회로서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참가자는 "환경부가 발표하는 대책은 어디까지나 '환경부만의' 대책일 뿐이며 협의회는 환경부 안에 결코 그대로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폐기물시멘트 정부 관리대책안, 무엇이 문제= 본지가 25일 입수한 환경부 개선계획안은 “시멘트공장과 암 발생률은 인과관계가 없으며,시멘트공장이 호흡기질환이나 알레르기에 미치는 영향도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시멘트업체가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소각하는 것을 신고사항이 아닌 허가사항으로 하되 기존에도 폐기물을 투입해 왔던 소성로에는 환경성 조사 등 과정을 이미 거친 것으로 갈음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박 씨와 최 목사는 “시멘트 공장과 암 발생률에 대한 조사는 하지도 않았던 것”이라며 “시멘트공장이 인근주민들의 건강을 해쳤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에 대한 시멘트업체의 배상책임을 덜어주는 조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소성로가 주변지역에 미치는 환경영향에 대한 조사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는데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갈음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14조가 ‘1일 50톤 이상 폐기물을 소각하는 시설을 환경영향 평가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매일 300~400톤의 폐기물이 투입되는 소성로에 대한 조사가 실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