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차근차근'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6.25 11:47

개혁 로드맵 빨라야 8월말 발표… 내달부터 의견수렴

-민영화 얼개 8월말로 미뤄질 듯
-단계적 추진론도 급부상
-민영화 대상 기관 내려갈 지자체와도 협의

이명박 정부의 역점 프로젝트인 공기업 민영화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최종적인 민영화 얼개는 빨라도 8월말이나 돼야 나올 듯하다. 정부 내·외부의 현격한 상황 변화 탓이다.

정부는 당초 5월 말 '공기업 개혁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전국을 뒤흔들었던 '쇠고기 파동'에 휩쓸려 6월로 한차례 연기했다가 현재는 멀찌감치 미뤄놓은 상태다.

그 사이 공기업 개혁의 '사령탑' 역할을 했던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박재완 수석으로 교체됐다. 한나라당에서도 관료 출신인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등장했다. 곽 전 수석은 "공기업 개혁은 정권초기에 최대한 빨리해야 한다"며 '속전 속결'식으로 밀어붙였지만 '쇠고기 쓰나미'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하고 퇴장했다.

박재완 현 수석은 '소통'을 강조하면서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방식이다. 박 수석은 "선진 일류국가로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취지가 좋다고 결코 무리하게 일을 벌여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공기업에 대한 평가를 하나하나 해서 국민들께 의논드려가면서, 국민들 동의하에 추진하겠다"고 일방통행식 추진을 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했다.

여권의 실세로 떠오른 임 의장과 곽 전 수석 사이에 공기업 민영화 추진속도를 놓고 의견 충돌이 빚어졌지만 결과는 임 의장의 '완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민영화' 대신 '선진화'로 용어를 대체하는 등 민영화 과정의 진통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기업 개혁작업의 '야전군' 역할을 맡으면서 잰걸음을 걸었던 기획재정부도 이런 외부조건의 변화를 따르고 있다.


재정부 고위간부는 25일 "정무적인 판단이 서야 실무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당·정·청 협의를 통해 큰 틀의 추진방향이 결정되고 나서 재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정·청은 △민영화는 반드시 추진 △정기국회 이전에 방안 마련 △혁신도시와 관련해 보완 추진 △전기·가스·수도·의료보험 등은 임기 중 민영화 불가 등 4가지 사항에 합의한 상태다.

정부는 이 '4대 원칙'에 의거해 7월초부터 민영화 또는 통폐합 대상 공기업 노조 및 시민단체, 학계의 의견수렴에 나선다는 일정표를 짜놓았다. 관련 공청회도 수차례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여론을 충분히 들은뒤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의견은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구상과 관련해 민영화 대상 공기업이 내려갈 예정인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도 강화한다. 이때 해당 지역민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기업이 내려가지 않는 대신 다른 '당근'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

재정부 실무자는 "지방의 요구사항이 뭔지 들어보고 보완할 점은 보완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수석 체제로 바뀐 청와대도 종전에 마련된 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명분에서 앞서고 국민들이 동의하는 기관의 민영화부터 단계적으로 '수술'에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화되면 공기업 개혁 방향이 '동시 다발'에서 '선별·분리' 로 180도 바뀌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민영화 기관이 일부 조정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공기업 개혁 작업이 후퇴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의견수렴 과정이 길어지면 꼭 9월 정기국회 중에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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