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버드(early bird)'만으론 충분치 않다

진국영 커리어케어 전무 | 2008.06.25 12:41

[경력관리 A to Z]성찰 통한 선택 혹은 포기가 중요

영국의 전략, 리더십 분야 권위자 중의 한 사람인 리처드 파크 코독은 우연히 자신의 비행기 좌석 옆자리에 앉아 여행하게 된 젊은 직장인 톰에게 가상의 백만장자 마이클 레드포드가 '성공을 위한 8가지 조건'을 들려 주는 형식으로 쓴 '밀리언달러 티켓'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적어도 80시간을 일해야 한다네. 열심히 일할 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지." 어떤 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절대적인 시간 투입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일단 잠을 줄여 공부 시간을 늘려 놓고 보는 것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앞 둔 직장인도 우선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얼리 버드(Early Bird)로 생활 패턴부터 바꾸고 본다. 가능하면 체력이 허용하는 한 퇴근도 늦춘다.

그러나 백만장자 마이클의 조언을 받은 톰이 바로 받아 치는 말, "저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요?"가 아니더라도,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뒤집어서 "80시간씩만 일하면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을 때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공을 위해서는 남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 최소한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80시간'이라는 얘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충분조건이 성립한다고 해서 그 역이 언제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근무 시간만으로 놓고 보면 한국 직장인들은 다른 나라 직장인들보다 훨씬 성공적인 삶을 누려야 옳다. 최근 뉴욕 타임즈가 인용 보도해 화제를 일으켰던 '2008년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06년 기준 2357시간으로 OECD 평균 근로시간 1777시간보다 무려 600시간 가까이 많은 것으로 돼 있다.

평균이 이러하니, 주당 80시간씩 근무하는 워크홀릭도 OECD 평균보다 훨씬 많을 터다. 실제 주변을 둘러 봐도 해뜨기도 전에 집에서 나와 별을 보면서 집에 가는 식으로 하루를 온전히 일에 바치는 사람이 비일비재하고, 간혹 그것도 모자라 토요일 일요일까지 출근길에 몸을 싣는 대단한 사람도 눈에 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80시간 자체라기 보다는 그 80시간이 어떻게 마련된 것이고, 어떤 자세로 어떻게 일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내느냐에 있다. 그것이 소비자 니즈, 경쟁상황 등 대외적 시장 상황과 내적 역량 등을 천착한 끝에 나온 해결 방안을 손에 넣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시간이라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의미가 있겠지만, 단순한 꿈과 가능한 목표를 헛갈리고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일과 내일로 미뤄도 되는 일을 구별하지 못하고 당장 무엇을 할지도 모르는 채 우왕좌왕한다면 80시간의 노동이란 단지 몸을 혹사하는 것일 뿐이다.

노르망디 상륙을 감행해 2차 세계대전 연합국 승리를 이끌어낸 아이젠하워에게나,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서부전선에서 서로간에 120만 명의 전사자를 내면서 지리하고 참혹한 참호전을 계속했던 독일과 프랑스에게나 시간은 같이 흘러갔을 것이지만 결과는 같지 않다.

"모든 것을 잘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곧 버리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의 말도 지적의 범주는 다르지만, 우리가 보내는 시간이란 상황에 대한 성찰과 그에 기반한 적극적인 선택, 혹은 적극적인 포기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전투에 임하는 부대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가능한 병법들을 찾아낸 후, 그 중 현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병법을 선택하고, 그 방법에 따라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하루를 바쁘게 보내야겠다는 성실함만이 앞서 있는 것이라면 그 바람대로 하루를 일만으로 채워낼 수는 있겠으나 성과를 얻어 내기는 어렵고, 더욱이 그 연장선 상에 있을 궁극적 성공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세상에 밀어 닥치는 일을 그 일이 어떤 것인지도 가리지 않고 하나하나 열심히 쳐냈다고 해서 다가와 주는 성공이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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