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 고유가 회의, "공급-소비자 서로 남탓만"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오수현 기자 | 2008.06.23 15:58

사우디 증산이 최대 성과

세계 산유국과 소비국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사우디 증산, 시장 투명성 제고 등 합의=이른바 제다 고유가 회의로 불리는 이번 회의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국가는 회의를 주최한 사우디아라비아였다.

회의 이전 다음달부터 일 20만배럴을 증산하기로 약속했던 사우디는 회의 도중 추가 증산에도 합의했다. 쿠웨이트도 이에 동참, 증산 의지를 밝혔다.

사우디는 또 현재 1140만배럴 수준인 일 생산 능력을 2018년까지 1500만배럴로 확충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36개국 대표들은 또 석유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정유시설 확대 등에 뜻을 같이 했다.

회의 공동 성명에 따르면 각국 대표들은 "인덱스펀드 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 확대와 원유 선물시장 내 교차 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함으로써 (석유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투명성과 조정성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

대표들은 또 "시기 적절하고 알맞은 방식으로의 석유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공급자-소비자, "서로 네 탓"=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회의는 오히려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입장차를 보다 뚜렷이 하는 계기가 됐다.

OPEC 내 대표적인 친서방국가인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미국, 영국 등 주요 서방국들의 요구대로 증산에 합의했지만 나머지 OPEC 회원국들은 최근의 고유가가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아닌 시장 왜곡에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알제리의 석유장관인 차킵 켈릴 OPEC 의장은 증산의 불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투기세력 등에 의해 시장 수요가 부풀려진 것일 뿐이지 실제 수요는 공급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증산을 약속한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마저 개인의 이익만을 노린 투기세력의 개입에 의해 모순된 상황이 연출됐다며 최근의 고유가가 비정상적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세계 석유 공급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OPEC의 공급 부족이 고유가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엘 보드먼 미 에너지장관 등 서방 대표들은 투기수요가 선물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수요 증가라는 시장 펀더멘털이 고유가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방 대표로는 최고위급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조화를 위한 새로운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다소 전향적인 제안을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사우디 혼자 힘으론 불가능=사우디의 추가 증산과 때마침 들려온 나이지리아 반군의 석유시설 공격 중단 소식에 힘입어 잠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던 국제 유가는 하루만에 상승세를 회복했다.

이날 유가 반등에는 회의에 대한 실망감이 녹아 있다. 사우디, 쿠웨이트 등 일부 산유국의 증산만으로 1년새 두배로 뛴 유가를 잡기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전세계의 일일 원유 소비량은 약 8600만배럴이며 이는 중국, 인도 등의 거듭되는 에너지 요구로 인해 고유가에도 불구, 증가세를 계속하고 있다.

사우디의 생산능력 확충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의 현재 일일 생산능력은 최대 1140만배럴이다. 이를 약속대로 10년이라는 단기안에 1500만배럴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정된 유전에서 더 많은 양을 생산해내야 한다.

사우디는 이미 개발된 유전의 채굴 가능 매장량을 늘리기 위해 그간 600억달러라는 거금을 쏟아부었다. 사우디가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초기 개발된 주요 유전에서 60년 남짓 최대 생산량에 가까운 석유를 뽑아낸 셈이다. 이 때문에 가와르, 아브다이크 등 일부 유전은 이미 노쇠화로 인해 예전만큼의 석유를 뿜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오일(아람코)의 사장을 지낸 에드워드 프라이스 등 일부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급격한 증산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프라이스는 사우디가 일 생산능력을 1200만배럴까지 확대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며 이는 사우디의 석유 고갈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의 매장량에도 분명 한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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