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원짜리 셔츠세탁으로 450억 매출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08.07.03 12:21

[CEO꿈땀]세탁 전문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의 이범택 대표

 6년 째 와이셔츠 한 벌 세탁에 900원을 내 건 세탁소가 있다. 세탁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 크린토피아다.

이범택 크린토피아 대표(56·사진)는 "주부들의 골칫덩이인 와이셔츠 문제를 해결했더니 부부싸움이 줄었다고 고마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웃었다.

1992년 설립된 크린토피아는 2005년 420개이던 점포수가 현재 864개로 두 배 이상 늘며 초고속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점포의 총 매출액은 450억원, 올해 총 매출액 목표는 550억원이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 대표의 성공비결을 들었다.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라"

한양대 섬유공학과 출신인 이 대표는 졸업 후 럭키 염료사업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직물을 대한 이론적 지식과 경험을 쌓은 그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1년 만에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는 그간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퍼생산 의류수출 봉제 등 당시 '뜬다'는 사업에 손을 댔다. 하지만 남의 말만 듣고 뒤늦게 뛰어든 덕에 실패의 쓴맛만 봤다.

그러던 차에 눈이 번쩍 뜨이는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게 됐다. "우연히 청바지를 탈색하는 회사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스톤 워싱'이라는 무늬를 만든다고 정말 돌과 청바지를 세탁기에 넣어서 돌리더라고요. 제가 알던 섬유에 대한 상식으로 볼 때 말이 안됐죠.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대로 염색, 탈색을 해보자는 생각에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1986년 크린토피아의 모태가 된 보고실업이 설립됐다. 당시 국내에서는 체계적으로 청바지를 가공하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외국 유명 청바지 업체들의 주문이 물밀듯 들어왔다. 기술 하나로 출발했던 회사는 담보 없이 2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공장을 늘려나갔다. 80년대 히트를 쳤던 얼룩덜룩한 무늬의 '스노진'을 정점으로 그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회사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면서 만족했을 법도 하건만 그는 실패의 기억을 되살려 방심하지 않았다. 사업전망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그는 섬유업의 활황이 잦아들 것이라는 기류를 감지했다. 그는 변신방법을 고민했다.


◇"변신하려면 과감히 투자하라"

↑ 프레스 다림질을 도입한 크린토피아 공장의 모습
그는 보고실업의 한 부서였던 세탁 부문에 눈을 돌렸다. 90년 대 초 세탁시설은 다리미와 세탁기 건조기가 전부였다. 일일이 수작업을 했기에 인건비도 비쌌다. 그는 업무를 기계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면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큰 세탁소를 운영했던 숙련공 세 사람과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직접 다림질 하는 것이 빠르고 완벽하다며 수공업을 고집했다. "틀에 박힌 생각을 바꾸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리미를 치워버리고 아예 초보자들을 채용했습니다."

그는 이처럼 과감한 개혁과 시설투자로 가격 혁신에 발 벗고 나섰다. 연구 개발에도 매진해 섬유유연제와 항균탈취제도 개발했다. 저가격 고품질로 승부수를 던졌다.

"냄새가 적은 드라이클리닝 용제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랬더니 석유냄새가 안 난다고 세탁도 안했다며 항의하는 고객들도 생겼죠."

보고실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크린토피아는 처음에는 연속 적자를 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과감한 결단력으로 변신을 꾀한 덕에 지금은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는 세탁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매출규모면에서 명실공이 세탁업계의 선두주자지만 그는 1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출액이 진정한 1위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집 근처에 크린토피아가 없으면 옆 동네서 일부러 찾아올 때 진정한 1등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될 때까지 만족하지 않고 사업을 넓혀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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