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nsight]글로벌 금리상승

더벨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 파트장  | 2008.06.24 08:04

편집자주 | 【편집자주】시장은 정글과 같습니다. 수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으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피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금융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의 통찰력과 함께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06월23일(14: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명목성장률 상승과 더불어 장기 상승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 글로벌 금리

나라 별로 2~3월부터 재개된 금리 상승이 한 분기가 지난 6월 말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제 각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5~6년만의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비록 작년 4분기 은행채 발행 급증 때문에 올랐던 금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그 기간만 제외하면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앞서 '재개된' 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금리 상승은 사실 2004년~2005년을 저점으로 한 장기적인 글로벌 금리 상승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당시에도 국내에서는 국채 10년물 발행 증대라는 독특한 이유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금리가 급등한 바 있지만(그래서 일정 기간 큰 폭의 반전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하간 동 시점 이후 각국 금리는 장기적으로 추세 상승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3년 이상 진행 중인 이후 글로벌 금리 상승의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로 글로벌 명목 성장이 한 단계 뛰어올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IMF에 따르면 purchasing power parity를 기준으로 한 세계명목성장률은 2001년부터 2003년에 평균 5% 정도를 기록한 반면, 2004년부터 2007년 동안에는 7.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2000년대 들어 나타난 글로벌 IT 버블이 치유되는 과정, 이것이 금리 상승의 가장 큰 동인이었던 것이다.



높아진 물가의 영향. 특히 유가 상승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한편, 그 구성내역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글로벌 명목성장률이 오르는 가운데에서도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2000년대 들어서 나타난 명목성장률의 상승은 주로 실질성장률 상승에 기인했고, 물가 상승에 의한 부분은 제한됐음을 알 수 있다. 2002년~2004년간 글로벌 실질성장률은 2%포인트 가량 상승했던 데 비해, 물가는 3.7%대로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2007년부터 이러한 양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질성장률은 정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소폭 오른 것이다. 그리고 IMF의 예상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은 2008년에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말해, 2004년~2005년 이후 글로벌 금리 상승은 초기에서 중기까지 실질성장률의 상승에 기인한 것이고, 2007년부터는 조금씩 그 추가 물가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경제의 일반적인 조정 과정에 다름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다시 성장률이 낮아지는 가격-물량 조정 시스템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적인 특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조정의 진폭을 줄이기 위한 정책 당국의 노력이 개입되기도 하지만, 조정 시스템이 유발하는 큰 물결은 그와 무관하게 흐름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번 과정에서 물가 상승의 드라이버가 석유로 옮겨 갔다는 점이다. 그리고 70년대처럼 수요의 감소와 무관한 유가 상승이 글로벌 경제 전체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요 둔화라는 조정 시스템이 작동 여부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물량 조정 시스템이 작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즉, 수요가 늘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게 당연하고, 이렇게 되면 수요가 줄어서 다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에서도 흔하게 관찰된다는 얘기다.

이번 경우에는 달러화 약세와 그에 기댄 투기적 수요가 달러표시 원자재 가격을 다른 사이클보다 크게 상승시킨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기본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달러 약세 정도를 넘어선 원자재 가격 상승은 궁극적으로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조정돼야 정상이란 얘기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곡물을 제외한 원자재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조금씩 관찰되고 있다. 금속원자재의 경우 고성장으로 수요가 집중됐던 2006년과 2007년에 비해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올해 들어 오히려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국제 원유 가격은 올해 들어 3월부터 석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50% 상승했다. 그런데 사실 같은 기간 달러화 broad index는 하락을 멈췄다. 미국 정책금리 추가 인하 예상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다른 원자재와는 달리 원유 시장에서 가격-물량 조정 시스템을 방해하는 요인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예를 들어 원유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나, OPEC의 위상 강화로 가격 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 등이 가격-물량 조정 시스템을 방해하는 요인일 수 있다.

만약 이렇게 가격-물량 조정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거라면, 유가가 의미 있게 떨어지기 어렵다. 오히려 지금부터 더 오를 가능성도 크다. 물론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정말 '크게' 줄면 유가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려면 성장의 큰 폭 둔화 또는 그러한 둔화를 유발할 긴축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 그 전까지 유가는 높은 가격대에 유지될 확률이 높다.

금리에 주는 시사점

앞의 내용을 요약하면 간단하다.

1) 글로벌 명목성장률 상승 흐름을 반영한 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의 단계는 실질성장률 상승에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명목성장률 상승의 추가 넘어간 상태다.
2) 이제 인플레이션 상승이 실질성장률 하락을 불러일으킬 단계다. 이러한 점은 물가 상승 압력을 줄여야 마땅하다.
3) 하지만, 유가에서 공급 측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실질성장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 압력이 쉽게 줄어들지 못하는 모습이다. 결국 성장은 낮아지고 물가는 오르는 구간이 상당 기간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금리에 다양한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 자체가 초래하는 금리 상승 압력이 문제다. 게다가, 물가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결정이 긴축이라는 점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다른 모든 걸 제쳐 두고 어쨌든 6~8월 중 높은 수준(5%대 중반 내외)을 유지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채권 매수자 입장에서 볼 때 부담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은행은 물가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게 유지할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는 건 부담일 수 있겠지만, 다른 방법으로라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 싶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그러다 안 되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 채권 매수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실질금리 하락 압력이 작동하고 있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은, 설사 물가에 대한 예상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결정되는 금리 수준을 다르게 만들 것이다. 앞서 표를 다시 살펴보면 IMF는 2008년 글로벌 물가와 실질성장률의 합이 2007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는 오르되, 실질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는 한,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 문제까지 겹쳐, 힘의 균형이 쉽게 실질금리 하락 쪽으로 옮겨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옮겨 가더라도 시간이 걸릴 일이다. 그리고 유가는 지금 유동성과 달러화 약세 문제 등을 넘어서 있다. 유동성 문제라고만 해도 금리 인상 공조가 어려워 유가 하락을 점칠 수 없는 마당에, 그 이상의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유가 하락을 예단할 순 없다.

결국 불확실한 측면이 많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채권 매수는 어려운 의사 결정이다. 그런가 하면 과거 70년대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대적인 긴축이 있었다. 이러니 금리도 아직 오르는 추세라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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